박휘락 - 국민대 교수· 정치대학원

  국민의 세금을 외국군을 위하여 사용하는 데 쉽게 동의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것도 50억 달러라는 터무니없는 금액을 일방적으로 제시한 후 회담장을 나가는 상대를 누가 좋아하겠는가? 그럼에도 방위비분담 증액이 필요하다는 사람이 있는 것은 왜일까? 2018년 방위비분담 협상 시 어느 예비역 장군들의 단체는 국민성금을 모아서라도 협상을 원만하게 타결 짓자고 정부에게 호소했다. 그들은 아무런 생각 없이 그런 말을 했을까?

  실제 합의한 1389억원에 1600억원을 추가하여 미국이 요구한 10억 달러(12000억 원)를 부담하면서 과거처럼 5년마다 협상하게 했더라면 현재의 곤혹스러운 상황은 없었을 것이다.

  현재 한국은 북한의 심각한 핵위협에 노출되어 있고, 이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은 미국의 핵우산(nuclear umbrella) 의존밖에 없다. 이 시대 저명한 국제정치학자인 모겐소(Hans J. Morgenthau)는 핵보유국의 공격에 대하여 비핵보유국은 항복하든가 초토화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핵무기의 위력이 너무나 막강하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은 미국의 핵전력이 있어야 국방이 가능하고, 그를 위해서는 방위비분담을 증액해서라도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 공식적으로 부정하고 있지만 방위비분담이 원만하게 타결되지 않을 경우 미국이 주 한미군의 감축 또는 철수를 결행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가성을 고려하면 더욱 모든 상황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처리하지 않을 수 없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국익을 위하여 주둔하기에 철수를 요구해도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는 사람들도 있다. 당연히 주한미군은 한미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주둔한다. 다만, 미국은 대국이라 철수의 영향이 크지 않지만, 한국은 북한의 도발을 야기할 수 있고, 외국인 투자가 격감하여 존망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 1949년 주한미군이 철수하자 이듬해 ‘6.25전쟁이 발발하였고, 미국은 닉슨 대통령, 카터 대통령, 부시(아버지) 대통령 때 주한미군 철수를 추진했었다.

  주한미군의 장비 가치만 20~30조원이고, 증원전력의 가치는 120조원을 상회한다는 연구도 있다. 매년 2~3조원 정도를 투입하여 이 전력을 활용함으로써 전쟁을 억제하면서 경제발전에 집중한다면 이익 아닌가? 그래서 선조들은 한미동맹 강화를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관리하였을 뿐만 아니라 필요시에는 간청을 해서라도 주한미군을 유지하도록 만들었다.

  반대로 1991년 필리핀은 미국이 거부할 것이라면서 미군철수를 요구하였다가 철수 후 경제 추락은 물론이고, 중국으로부터 스프래틀리 제도의 영유권을 도전받고 있다. 국가안보는 도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비판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은 어렵다. 극복의 한 방법으로 필자는 현재처럼 매년 지불할 총액을 협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주한미군이 발생하는 비용 중에서 양국이 각각 전담하거나 분담해야할 비용의 항목을 선별한 후 그 합계로 분담액이 결정되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그래야 분담의 명분도 명확하고, 트럼프 대 통령처럼 터무니없는 숫자를 제시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현재 75% 정도 부담하고 있는 한국인 근로자 임금의 부담률을 증대 시키거나, 그 외에도 주한미군의 주거 여건 개선, 출장비 지원, 국내 견학 지원 등을 새롭게 개설하여 적극적인 지원의지를 과시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한반도 위기 예방 및 해소 비용을 신설하여 한국의 요구로 미국 전략자산이 전개할 경우나 미국의 핵무기를 한반도나 그 부근에 배치함으로써 핵공유(nuclear sharing)’를 추진해야할 경우 한국이 상당한 비율을 분담할 수도 있다. 북핵 위기를 극복할 때까지는 다소의 증액을 감수하더라도 한미동맹을 확고하게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젊은 학생들은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입장을 토론할 수 있고, 남들이 하기 싫어하거나 반대되는 말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모두가 방위비분담에 불평할 때 그 반대의 주장을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무상보다는 방위비분담을 제공하면서 안보지원을 받는 것이 자주적인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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