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18 17:14 (화)
발길이 끊긴 공장지대에서 SNS ‘핫 플레이스’로
발길이 끊긴 공장지대에서 SNS ‘핫 플레이스’로
  • 김태형 기자
  • 승인 2019.11.24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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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성수동 둘러보기

 최근 핫 플레이스로 각광받으며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아진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1960년대 인쇄소, 구두공장 등 각종 경공업 시설들이 들어서며 서울 시내 대표적인 준공업지역이었다. 하지만 제조업이 쇠퇴하며 공장들은 하나둘씩 성수동을 떠났고, 자연스레 버려진 창고와 작동이 멈춘 낡은 공장이 늘어났다. 이로 인해 한동안 성수동은 낙후된 공간으로 유지돼왔지만, 2010년 즈음 낮은 임대료에 매력을 느낀 청년들과 예술가들이 이곳의 문을 두드렸다. 이렇게 성수동의 유휴산업시설은 젊고 독특한 감각이 살아 숨 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해갔다.

 

1960년대 성수동 일대의 모습
1960년대 성수동 일대의 모습

창고와 벽돌을 재활용한 거리

성수동의 가장 유명한 장소 중 하나인 대림창고는 원래 1970년대 정미소였다가 이후 창고로 사용된 공간이었다. 현재는 갤러리이자 카페로 변해 쉴 새 없이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다. 창고를 개조했으나 외관에는 대림창고의 간판과 사무실의 글자가 그대로 남아있어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카페로 들어가는 문이 굉장히 넓고 커서 옛 창고의 거대한 크기가 짐작된다. 안으로 들어가면 외벽의 부서진 벽돌의 흔적과 과거 사용되던 수송관이 보존돼 남아있다. 과거의 기억을 흠씬 품고 있는 기물을 배경으로 세련된 탁자와 현대적인 예술작품이 전시돼 있어, 창고는 현재와 과거를 아우르는 카페로 변신했다. 입구 왼편에 조그맣게 그림을 전시해놓은 아담한 갤러리는 방문객들의 포토존으로 이용된다. 이렇듯 대림창고의 독특한 인테리어는 젊은 층을 매료시키고 있었다. 이곳을 찾은 대학생 정모 씨는 커피값이 조금 비싸긴 해도, 기존 카페와 차별화된 분위기를 체험하고 느끼기엔 이곳만한 곳이 없다며 방문 동기를 말했다.

대림창고를 나와 서울 지하철 2호선 뚝섬역으로 방향을 틀어 거리를 거닐다 보면 붉은 벽돌을 활용한 건물들이 모여 있는 아틀리에 길이 보인다. 성수동은 오래된 공장과 창고뿐 아니라 붉은 벽돌의 낡은 집이 모여 있는 독특한 거리로도 유명하다. 아틀리에 길은 서울숲 북측 저층 주거지로 약 68%(169)가 붉은 벽돌건물이다. 낡고 투박한 붉은 벽돌집에 매력을 느낀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이 모여들어 이곳에 카페, 음식점, 옷가게 등을 열어 성동구만의 개성 있는 거리로 변모했다. 성수 도시재생센터 이석형 코디네이터는 과거의 흔적이 고스란히 보존된 매력적인 거리를 만들기 위해 붉은 벽돌 건축물 보전 및 지원사업을 펼치는 중이라며 대림창고와 함께 특색 있는 거리 안 문화시설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수제화 공장이 유명했던 성수동답게, 뚝섬역과 성수역 사이엔 정성스런 수제화를 만나볼 수 있는 수제화 거리도 조성돼 있어 둘러볼 곳이 풍부하다.

 

1970년대엔 정미소, 1990년대엔 공장부자재 창고로 사용되던 성수동 대림창고는 내부를 보존해 빈티지한 감성을 살린 '핫 플레이스'로 인기를 얻고있다
1970년대엔 정미소, 1990년대엔 공장부자재 창고로 사용되던 성수동 대림창고는 내부를 보존해 빈티지한 감성을 살린 '핫 플레이스'로 인기를 얻고있다

지역공동체와 협력하며 성장해야

성수동의 도시재생은 지역공동체와의 소통이 크게 작용했다. 성수동에 새롭게 유입된 사회혁신단체, 사회적 기업, 문화·예술인들은 지역공동체를 형성했다. 이들이 협업할 수 있도록 성수동은 도시재생 축제, ‘소셜벤처 엑스포’, ‘성동 디자인위크등 문화축제를 개최하며 다양한 소통의 장을 만들었다. 이석형 코디네이터는 지역공동체와 소통하며 네트워크를 단단히 하고 성수동만의 지역문화를 구축하려 노력했다낡은 창고와 비어있던 공장들이 자연스럽게 생동감 넘치는 문화시설로 변화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 변두리에 있던 성수동이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최근 임대료가 급격히 상승한 경리단길망리단길처럼 젠트리피케이션의 그림자도 짙어지고 있다. 최근 한 유명 TV프로그램에선 성수동의 수제화 장인들이 업계의 어려움과 함께 높은 임대료 문제를 토로하는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석현(중앙대 실내환경디자인전공) 교수는 성수동은 대림창고에서 출발해, 기존 산업시설인 창고를 활용한 문화재생이 적극적으로 추진된 사례라면서도 과도한 젠트리피케이션과 상업화로 인해 성숙한 거리의 문화가 드러나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성동구는 기존 주민의 소외를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성수동을 돌아다니다 보면 젠트리피케이션이 없는 상생거리라는 푯말이 눈에 띈다. 이석형 코디네이터는 성동구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해 건물주-임차인-성동구 간 자율적 상생협약, 지역공동체간 협력을 도모하기 위한 상생공동체 아카데미를 운영해왔다그렇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역 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특별법 제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휴산업시설이 즐비했던 성수동은 시민들과의 협력으로 아름다운 문화공간으로 변신했다. 과도한 상업화와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 모두가 상생 가능한 아름다운 거리가 조성된다면, 성수동은 더욱 모범적인 문화공간으로 발돋움할 것이다.

 

김태형 기자 flash@

사진제공서울역사박물관 (옛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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