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어릴 적에는 산아제한이 국가 인구정책의 우선과제였습니다. 농촌이나 산골에도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산아제한 포스터가 붙어있었습니다. 그때는 너무 많이 낳아서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출산율의 급격한 감소에 따른 인구절벽문제를 극복하는 것이 국가의 최우선 정책 중 하나로 부상하였습니다. 필자가 중고등학교 사회 시간에 배웠던 우리나라 연령별 인구구조는 후진국형 피라미드형 이었습니다. 피라미드형이 정말 후진국형인지는 의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인구구조는 종형, 방추형을 지나 이제는 교과서에도 없는 도자기형으로 바뀌었습니다.

  인구문제 전문가들과 국가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인구절벽 문제를 거론합니다. 이러한 출산율 감소가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한국인이 지구상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경고도 합니다. 미디어들도 이 문제를 크게 다룹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우리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연도별 태어나는 신생아 수는 200063만 명 수준이던 것이, 201147만 명을 거쳐, 201832만 명으로 줄었고, 올해는 29만 명 정도로 예측됩니다. 따라서 이들이 성인이 되어 생산활동에 참여하는 나이가 되면 국가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것이 정책입안자들의 생각입니다. 현재의 대학 입학정원이 약 50만 명 수준이고 대학진학을 안 하는 인구를 고려하면 대학의 입장에서도 인구 감소는 큰 문제입니다.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이 문 닫을 거라는 우스갯소리도 들립니다.

  정책입안자들은 주거비, 의료비, 교육비 감소 등 애들을 키우는 환경개선에 많은 국가세금을 투입하는 정책을 우선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애를 키우는 환경이 개선되면 출산율이 올라갈 거라는 전제하에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정말 양육 및 교육 환경이 개선되면 출산율이 가시적으로 올라갈까요? 이것이 근원적인 해결책이 될까요? 옛날 다같이 어려웠던 시절에는 왜 출산율이 높았을까요?

  사람이 결혼하고 안 하고, 후손을 갖고 안 갖고는 개인적인 선택입니다. 그러나 인구절벽문제는 국가적인 문제로 나타납니다. 생물진화에서 적응도가 높은 개체가 선택되고, 적응도가 낮은 개체가 역선택되는 과정을 자연선택이라 합니다. 즉 자연선택의 주체는 개체이지만, 그 결과는 개체가 아니라 집단 및 종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인구문제도 개인적인 선택이지만 결과는 한국인 집단으로 나타납니다.

  여기 노랑꽃을 피우는 개체와 흰꽃을 피우는 개체들로 구성된 1년생 식물집단이 있다고 가정합시다. 이 집단에 벌들이 노란색 꽃을 우선적으로 방문하여 수분시키면 노랑꽃들이 종자를 많이 만들게 되고, 그 결과 해가 거듭될수록 노란색 개체는 많아지고 흰색 개체는 줄어들 겁니다. 즉 노랑꽃을 피우는 개체들이 적응도가 높아 자연선택되고, 적응도가 낮은 흰꽃을 피우는 개체는 결국 사라질 겁니다. 이것이 간단히 말하는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원리입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을 포함하여, 후손을 남기지 않는 생물종은 진화적 관점에서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아무리 부를 많이 축적하고 명예가 높더라도 후손이 없다면 생물학적 적응도는 0입니다. 막다른 골목길 인생과 같습니다. 부부가 후손 둘을 생식연령까지 키워내면 적응도 1로 현상유지입니다. 그 이상이어야 번성하는 집안이 됩니다.

  생물진화의 기본 원리는 간단합니다. 건강한 후손을 많이 만든 개체가 적응도가 높은 개체입니다. 물론 그 후손이 그 다음 세대에 건강한 후손을 만들 능력을 물려주어야 합니다. 생물에서는 대물림의 중심에 유전자가 있습니다. 이 유전자는 고정된 것이 아니고 환경변화에 따라 돌연변이를 통하여 변화하며 적응합니다. , 잘 적응하는 개체가 적응도가 높은 것입니다. 물론 우리 인간은 개인의 적응도, 친족의 도움에 의한 적응도, 사회환경을 통해 만들어지는 적응도까지 포함한 포괄적 적응도가 기준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 적응도의 기여 부분에서 개인의 적응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큽니다. 그러나 우리 인구정책은 가장 작은 부분을 차지하는 사회 환경변화를 통한 사회적응도를 증진시키는 데만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적응도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인의 적응도를 높이는 방법은 교육적인 해결방법 밖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국가는 교육을 통한 인구문제 해결에 보다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진화론적 이론에 기초한 개인적응도를 높이는 방안을 포함하여 국민이 공감하는 교육내용을 개발하고, 학교 및 사회교육을 통하여 이를 체계적으로 전파하는 프로그램을 정착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예산, 시간 및 인력 등 입체적인 전략이 필요합니다. 우리 대학사회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대처하여야 합니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