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쯤이면, 때아닌 한파가 올해도 수능이 다가왔음을 우리에게 알린다. 해가 갈수록 희미해지지만, 많은 고대생이 저마다의 치열했던 수험생활의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달달 외우던 EBS 교재, 몇 번이고 다시 풀어 너덜너덜해진 기출문제집. 지금 생각해보면 별것 아니지만, 문제 하나에 울고 웃던 그때는 그게 전부였다.

  단 하루에 많은 것이 결정되는 수능은 어쩌면 19살 소년이 받아들이기에 너무 가혹한 현실일지도 모른다. 수능이 2주 정도 남았을 때 들었던 볼빨간사춘기의 싱글 EP 앨범 <Red Diary Page.1> 수록곡 나의 사춘기에게는 내게 그렇게 담담한 위로를 건넸다.

  “얼마나 아팠을까할 수만 있다면 그때의 나를 말없이 꼭 한 번 안아주고 싶다. 출구 없는 터널 속을 걷는 것 같았던 입시는 결국 끝이 났다. 마냥 꿈꾸기만 했던 대학은 어느새 익숙한 곳이 돼버렸다. 아직도 어린 나보다 더 어렸던 그때의 내가 버텨줬기 때문이 아닐까.

  올해 수능은 끝났지만, 수능 시계는 다시 시작이다. 누군가는 또 한 번 이른 나이에 많은 것을 짊어지고 저마다의 성장통을 겪을 것이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긴 여정에, 이 곡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면 좋겠다.

| 맹근영기자 mangr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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