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를 떠나온 지 벌써 한참이지만, 바쁜 일상 속에 이리저리 치이다가 눈을 감으면 여전히 그때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생각들 속을 떠돌다 보면 금세 마음이 침착해진다. 그럴 때면 아, 내가 호주를 또 하나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고향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샘솟는 기분들이 있다. 편안함, 익숙함, 오래된 친구에게서 느낄 수 있는 사랑스러움. 아마 호주가 자연에 가까운 나라이기에 더 편안 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Monash 대학을 선택한 이유도 역시 단 하나, 바다가 가깝기 때문이었다. 집 앞에서 트램을 타면 처음 10분간은 바쁜 도시의 풍경이 보이다가 금방 한적한 바다마을로 뒤바뀐다. 유독 청정한 자연을 자랑하는 호주의 바다는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르고 아주 넓어서, 해변에 서면 시야에 바다 말고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면 새벽까지 이어진 공부도 잠시 잊히곤 했다.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라는 말은 어렵게 들리지만, 그렇게 빛나는 일상을 만들어준 하루하루는 민들레 씨앗처럼 쉽게 날아오곤 했다. 호주 사람들은 신기할 정도로 밝고 친절하다. 수업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마틸다는 만난 지 몇 주 지나지도 않아 자신의 시골집으로 나를 덜컥 초대했다. 몇 번 대화하지도 않은 사람과 왈라비가 뛰어다니는 시골길을 드라이브하며 호주인이라면 꼭 들어야할 락밴드를 다 외워버리게 되는 일은 놀라울 정도로 쉬웠다. 그 친구의 시골집은 양을 키워서, 친구의 어머니에게 양털 공예를 배우기도 했다. 별로 가득 찬 하늘 아래에서 양털 담요를 두껍게 덮고, 새로운 인연과 소중한 기억들은 그렇게 매일매일 피어났다.

  매일 새로운 문제가 생기는 것이 교환학생이라지만, 바보 같은 실수들과 행복했던 순간들 모두가 온전히 나의 것이었다. 매일 조금씩 넓어지는 일, 눈을 감았을 때 떠오르는 작은 바다가 생기는 일이 기대된다면 꼭 도전해보기를 바란다.

홍수진(미디어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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