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당시 나의 대학입시는 미래의 비전이나 진로를 생각하며 거친 과정은 아니었다. 그저 남들이 대학을 간다는 게 이유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대학에서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목표의식이 있는 입시과정도 아니었다. 내신 성적이 좋은 편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모의고사에서 특별히 돋보이는 점도 없었다.

  그러한 시기에 가장 많이 생각한 것은, ‘과연 대학을 가는 데에 의미가 있을까라는 고민이었다. 단순한 현실회피일 수도, 걱정에서 나오는 자기위안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데도 생각을 많이 했다. 진로나 미래상 없이, 단순히 이과가 낫지 않느냐는 생각으로 이과를 선택했고, 그렇게 남들이 많이 듣는 탐구과목인 화학과 생물을 들었다. 당연히 진로목표나 미래비전이 생길 리가 없었다.

  그런 식으로 고등학교 생활이 끝나가던 중, 하고 싶은 전공이라도 하나 정해보자고 재미 삼아 생각했다. 그러한 과정 중에 찾은 입시 방법이 적성고사였다. 당시의 소문에 따르면 곧 사라질 전형이었지만 말이다. 그 당시 친구들은 재수를 고민하든지 아니면 적어도 대입에 대한 명확한 목표가 있었다. 수능과 대입이 끝난 뒤 그 친구들을 다시 만났을 때, 느끼게 되었다. 입시나 대학이 모든 것도 절대적인 것도 아니었다.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지만, 이내 방황하는 친구도 있었고, 재수를 통해 한발 늦지만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간 친구 역시 있었다. 대학을 완전히 포기하고 빠르게 산업현장에 뛰어들어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친구 또한 있었다.

  원하는 길에 들어섰다면 그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래도 의문이 든다면, 이 길이 맞는지 한 번쯤 멈추어 서서 고민해보는 것도 좋다. 길은 빨리 틀수록 되돌아가야 할 거리가 짧아지지 않던가. 이제는 입시 방식이 달라져서 내가 치렀던 적성이 없어진다고 한다. 수능을 못 칠 수도 있다. 학생부 기록 역시 보잘 것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노력을 하면 된다. 단순히 이기고, 1등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저, 자신이 도달하고픈 장소가 있다면, 그 장소를 가기 위한 만큼만 노력하면 된다. 넘치는 노력은 자신과 주변인 모두를 좀먹는다. 자신은 점차 지쳐가고, 주변 사람들은 결실을 기대하고, 때로는 실망을 한다. 그럴 필요는 전혀 없다.

  필요한 만큼만 노력하자. 지나친 욕심은 사람을 지치게 하고, 쉬어야 할 시간에 주저앉게 한다. 그리고 도달했다면 그때 다시 목표를 잡고, 다시 노력해 나가자. 나태해서는 안 된다. 멈추지 않고, 무리하지 않으며 자신만의 페이스로 인생을 살아가 보자. 행복이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김영진(과기대 식품생명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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