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과 함께 새로운 지평을 열겠습니다.” 힘찬 포부로 시작했던 제 32대 세종총학생회 지평’(회장=이비환, 세종총학)13일에 임기를 마친다. 지평은 복지소통을 핵심으로 내세웠다. 복지 공약은 사전 준비가 부족해 번번이 실패했지만, 원활한 소통으로 학생들의 지지를 얻었다. 세종총학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를 높인 지평의 지난 1년을 정리했다.

 

큰 성과 내지 못한 복지 정책

  적극 추진된 지평의 복지 공약은 실적이 저조했다. 일례로 오송역-세종캠 셔틀버스 사업 재개공약이 무산됐다. 지평은 설문조사 결과 학생 600여 명이 오송역을 이용한다는 것을 근거로 학교 당국에 오송역 셔틀 버스 사업재개를 요구해 왔다. 이에 지난 96일부터 27일까지 오송역-세종캠 셔틀버스가 시범운행됐다. 지평은 학생 설문조사를 실시해 수요가 높은 시간대에 셔틀버스가 주로 운행되도록 했지만, 실제 이용률은 저조했다. 결국 셔틀버스는 시범 운행에 그쳤다. 최세영(과기대 환경시스템17) 씨는 지평 이전 총학생회에서 오송역 셔틀버스를 운행했을 때도 학생들이 별로 이용하지 않았다지평이 다시 오송역 셔틀버스 사업을 재개한다 했을 때도 학생들이 많이 탈지 의아했다고 전했다.

  협동조합 설립 추진 공약도 실현되지 않았다. 지평은 학생들이 학내 복지를 늘리는 데 직접 참여하도록 하고자 세종캠에 협동조합을 설립하려고 했었다. 다만 협동조합 설립을 신청하고 허가받는 데만 2~3개월이 걸려 공약을 폐기했다. 이비환 세종총학생회장은 협동조합 설립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확인했다우선적으로 시행할 정책에 집중하기 위해 공약을 폐기했다고 전했다.

  공약을 수정해 더 좋은 복지 정책을 일궈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미래관의 GS2524시간 영업하도록 협의하겠다던 공약을 검토한 지평은 현실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연장 영업 추진으로 정책 방향을 바꿨지만, GS25 사장과 협의가 원활히 마무리되지 않아 이 역시 좌초됐다. 이에 지평은 학술정보원 2층 내부의 빈 로비 공간에서 시험기간 야간 매점을 운영하는 대안을 마련했다. 박제희(과기대 전기융합19) 씨는 학술정보원 열람실에서 멀리 나가지 않아도 2층에 야간 매점이 있어서 편리했다고 말했다. 이세영(글로벌대 글로벌경영18) 씨는 기존 공약인 편의점 연장 영업보다 좋은 것 같다야간 매점이 앞으로도 계속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신뢰 회복 위해 투명성 강화해

  지평은 과거 제31대 세종총학 비상’(회장=이희훈)의 봉사장학금 부정 수령 이후 추락한 총학생회의 투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표적으로 봉사장학금을 받은 학생자치기구 구성원의 명단을 공개했다. 1학기에는 총학생회를 비롯한 5개 단위가 명단을 공시했고, 2학기에는 동아리연합회, 총예비역회를 제외한 단위들이 명단을 공개했다.

  감사위원회도 신설했다. 감사위원회는 총학생회가 추진한 사업 및 회계 사항을 감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독립기구다. 부정행위나 과실 의혹이 있으면 총학생회에 지체 없이 보고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이비환 총학생회장은 총학생회를 견제할 수 있는 기구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공약을 내세웠다의혹이 발생할 때마다 감사위원회가 구성돼 총학생회를 감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찬영(공정대 빅데이터17) 씨는 이전의 봉사장학금 부정수령과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수혜 명단을 공개한 점은 의미 있다이에 그치지 않고 감사위원회를 설치한 것도 학생들의 의견을 잘 반영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의 정책 변화 이뤄내기도

  지평은 학교 측과의 협상을 통해 정책 변화를 이끌기도 했다. 먼저 성적장학금 제도가 부활하도록 했다. 현행 학과 프로그램 장학금에 투입되는 예산 일부가 낭비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학과 프로그램 장학금은 강연을 듣거나 취업박람회를 다녀오기만 해도 장학금을 주는 경우가 있다. 이비환 총학생회장은 이처럼 학과별로 낭비되는 프로그램 장학금을 성적 장학금으로 바꾸면 더 효율적일 것이라 판단했다학생들의 연구나 논문 집필을 지원하는 좋은 프로그램 장학금도 있어 학교 전체에서 성적 장학금을 시행하긴 어려웠다고 말했다. 1학기에는 4, 2학기에는 6개 학과에서 성적 장학금 제도가 실시됐다.

  성적 장학금 제도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한은혜(과기대 디플융합18) 씨는 낭비되는 프로그램 장학금을 좀 더 의미 있는 곳에 사용한다는 취지가 좋았다고 말했다. 이종명(글로벌대 융합경영19) 씨는 성적 장학금 공약은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등록금 감면 제도는 실현하지 못했다. 지평은 적은 학점을 듣고 등록금 전액을 내야 하는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규학기 내 9학점 이하 수강 시 등록금을 감면해야 한다고 학교 당국에 주장했다. 하지만 등록금 차등 감면 제도를 세종캠에만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학교 측의 입장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학생 마음 터치한 지평의 소통노력

  지평이 공들인 소통 관련 공약은 성과가 좋았다. 약속한 찾아가는 총학생회’ ‘학생청원제도 시행정책 등을 모두 실현했다.

  찾아가는 총학생회는 4월부터 매달 진행했다. 건의 부스를 설치해 학생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했다. 첫 시행 때는 10명가량이 참석해 저조한 참여율을 보였지만 이후 학생들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문제점을 개선해나갔다. 마지막으로 열린 부스에는 200여 명의 학생이 자리했다. 또 학생들이 건의한 사항들을 총장 간담회에서 총장에게 전하기도 했다. 간담회가 열리지 않을 때는 학교 당국에 공문을 보내 건의 사항을 전달했다. 김민영(과기대 전기융합17) 씨는 찾아가는 총학생회 부스에 간 적이 있다참여하면 의견을 적극적으로 들어줘서 좋았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소통을 위해 노력한 지평을 높이 평가했다. 박혜민(글로벌대 글로벌경영17) 씨는 이번 총학생회가 학생들과 소통을 많이 하려고 노력해 좋았다고 했다. 우호경 문스대 학생회장은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려는 모습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이비환 총학생회장은 잘하진 않았지만, 열심히 했다는 것을 학생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총학생회는 학생의 의견을 대변해주는 유일한 창구니 학생들이 총학생회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김군찬·이규연 기자 press@

사진제공 | 32대 세종총학생회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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