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10시 중앙광장 CCL에서 성평등센터(센터장=송준아 교수)가 주최한 성문화주간행사 혼인과 가족제도, 그리고 그다음이 열렸다. 행사장에선 결혼과 가족제도에서 발생하는 문제새로운 결혼 또는 사랑의 형태두 가지 주제로 나뉘어 판넬이 전시됐다. 성평등센터 서포터즈 양지(성평등문화지킴이)’는 판넬을 자유롭게 둘러보는 학생들에게 해설을 제공했다.

 “가사노동의 편중과 경력단절이 가장 심각한 문제입니다.” 성평등센터 서포터즈 이승재 씨가 현행 혼인제도의 문제를 다룬 판넬을 소개했다. 통계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가사분담을 공평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은 50.9%로 절반가량이다. 현실은 다르다. 대개 여성이 가사노동 전반을 맡는다. 배우자가 있는 여성의 평일 가사노동 시간은 평균 3.2시간인 반면 남성은 0.6시간에 불과하다(2018년 통계청). 주말도 다르지 않다.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평균 3.6시간으로, 1.2시간인 남성 평균 가사노동 시간의 세 배에 달한다.

  가사노동의 여성 편중은 여성의 경력단절로 이어지기도 한다. “임신, 출산, 육아, 가사, 돌봄을 국가나 사회적 차원에서 해결하지 않고 부모 개인이, 특히 여성이 전담하게 되는 것이 원인이죠.” 이승재 씨는 비교할 수 있는 해외 사례를 함께 소개하기도 했다. “네덜란드는 정규직 시간제 근로 시스템을 확립해 부모가 아이를 등원 시킨 뒤, 늦게 출근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의 시간제 근로는 아르바이트 같은 성격이 짙은데, 네덜란드의 시간제 근로자는 전일제 근로자와 같은 노동법을 적용받죠.” 한국도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음으로 이승재 씨는 새로운 결혼 및 사랑의 형태를 설명하며 동성결혼 법제화와 관련한 이슈를 짚었다. “지금 대통령은 당선되기 전이나 후나 똑같이 동성혼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십니다. 하지만 사회적 논의를 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죠.” 이승재 씨는 이번 판넬에서도 해외 사례를 예시로 들었다. “여러 나라에서 성인 동성의 공동생활을 인정하는 생활동반자법을 시행해 동성혼 법제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2001생활동반자법을 시행한 독일은 2017년 법률 내용을 개정해 동성혼을 법제화했고, 대만 역시 2019년 동성혼인 특별법을 제정해 아시아 최초로 동성혼 법제화 국가가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2014생활동반자법이 논의된 적 있지만, 곧 무산됐다.

  ‘폴리아모리를 다룬 판넬도 있었다. 폴리아모리란 다자 간의 사랑을 뜻하는 단어로, 사랑하는 사람의 수를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주장하는 개념이다. “일각에서는 폴리아모리가 바람의 면죄부라고 하기도 하는데, 폴리아모리는 당사자 간의 동의를 전제로 하며 성적 관계가 목표가 아니라는 점에서 바람과는 달라요.” 폴리아모리를 법제화한 해외 사례도 소개됐다. 네덜란드와 브라질은 각각 2005, 20123명이 함께 사는 것을 생활동반자의 개념으로 인정했다.

  전시된 판넬을 모두 관람한 정경대 17학번인 이모 씨는 가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그동안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왔다우리나라도 판넬에 언급된 해외 사례와 비슷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과대 15학번인 김모 씨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이번 기회에 폴리아모리를 새롭게 알게 돼 유익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 김민주·김영현 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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