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군 복무 중인 문과대 17학번 박모 씨는 지난 달 허리 디스크 판정을 받았다. 군 생활 중 허리에 무리가 가는 훈련 동작을 반복하고, 무거운 물건을 옮기다 허리에 무리가 왔다. 허리를 굽히면 심한 통증을 느껴, 양말을 못 신고 떨어진 물건도 줍기 어려웠다. 이후에는 디스크가 돌출한 방향의 다리가 저리고 쥐가 났고, 허벅지까지 저림이 내려와 정상적으로 걸을 수 없었다. 현재 견인치료, 물리치료에 통증주사시술까지 받고 있지만 증상이 완화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수술을 고려중이다.

 

  #2. 자유전공학부 17학번 김모 씨도 나쁜 자세로 장시간 공부하다 허리 디스크를 겪게 됐다. 허리를 구부리거나, 책상에 늘어져 앉아 공부를 하다 허리 건강이 나빠진 것이다. 초기에는 다리 한쪽이 마비된 것처럼 아파왔다. 허리뿐 아니라 점차 발목과 발 뼈가 아프고 저려 걷기도 눕기도 힘들었다. 두 달 가량 물리치료와 필라테스 운동을 병행해 급한 통증은 일시적으로 잠재우는 데 성공했다. 현재 스트레칭과 자세 교정에 공들이고 있지만, 언제 통증이 재발할까 노심초사 중이다.

 

늘어나는 디스크 환자··· 20대도 적지 않아

  척추 안에 있는 추간판(椎間板)’, 다른 말로 디스크(disc)’는 탄력성이 높아 33개 척추 뼈 사이에서 몸의 충격을 흡수하고 완충하는 역할을 한다. 디스크는 80%가 수분으로 이뤄진 젤리 같은 수핵과, 이 수핵을 둥글게 감싸 보호하는 섬유륜으로 이뤄져 있다. ‘허리 디스크(추간판탈출증)’는 이 수핵이 섬유륜의 바깥으로 탈출해 주변 신경을 압박하고, 뼈끼리 부딪치는 현상을 막는 본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해 허리 부근에 염증과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국내 허리 디스크 환자 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허리 디스크 환자는 꾸준히 늘어 2016년에 1936769, 2017년에는 1951257, 2018년에는 1978525명을 기록해 허리디스크 환자 200만 시대를 목전에 둔 상태다. 척추통증재활 전공 이상헌(의과대 재활의학교실) 교수는 고령화가 진행돼 디스크 노화를 겪는 환자가 증가한 것 뿐 아니라,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젊은 층의 유병률이 증가한 것이 원인이라며 실제로도 최근 허리 디스크로 내원하는 청년 질환자가 확연히 늘었다고 말했다.

  특히 청년들이 겪는 허리 디스크에는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상헌 교수는 탈출한 디스크 부위를 제거할 수는 있지만, 찢어진 섬유륜은 평생 다시 복구되지 않는다청년시절 허리 디스크를 겪게 되면 추후 재발 위험이 크다고 전했다. 또한 서승우(의학과 정형외과학교실) 교수는 노인보다 연골의 탄성이 크고 물렁물렁한 젊은층에게 디스크가 더 쉽게 발생한다디스크로 인한 통증의 정도도 젊은층에게서 더 큰 편이라 설명했다.

 

허리 디스크, 원인과 증상은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잘못된 자세와 생활습관을 허리 디스크의 주원인으로 꼽는다. 운동량이 부족해 근육이 튼튼하지 않은 상태에서 척추에 무리가 가는 자세로 장시간 생활하면 척추를 올곧게 유지하는 자세유지근(postural muscle)에 무리가 가 통증이 생긴다. 이때 우리의 뇌는 통증이 있는 근육을 쓰지 못하게 기능하기 때문에, 힘을 잃은 자세유지근이 디스크를 지탱하지 못하게 되고, 디스크를 감싼 섬유륜은 상하좌우로 흔들리다 탄력성을 잃어 찢어진다. 강남베드로병원 윤강준 대표원장은 디스크에 과도한 힘이 전달되면, 마치 우리가 새 천을 잡아당겼을 때 천의 탄성이 줄어들 듯 디스크를 감싸는 막에 균열이 생겨 탄력성이 소실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잘못된 자세로 운동을 하거나 무거운 물체를 들어 디스크에 과도한 충격을 주는 경우, 노화로 인해 섬유륜이 파열되는 경우도 디스크 유발에 영향을 미친다.

  허리 디스크의 초기에는 허리와 주변부에 통증이 간헐적으로 나타난다. 목동힘찬병원 윤기성 원장은 허리 통증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똑바로 누워있기 힘든 경우, 다리를 쭉 펴고 들어 올릴 때 당기고 저린 증상이 나타난다면 허리 디스크를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허리 디스크를 조기에 치료하지 못한 채로 디스크 손상이 많이 진행된다면, 허리에서 엉덩이, 다리, 발가락까지도 통증이 느껴지는 하지방사통으로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허리 디스크 통증의 원인을 인간의 심리 문제로부터 찾는 학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부쩍 국내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TMS(Tension Myositis Syndrome, 긴장성근육통증후군) 이론이다. TMS 이론은 허리 디스크로 인해 장기간 통증이 지속되는 것은 대게 MRI검사 후 디스크 탈출을 실제로 확인한 환자의 공포심 때문이며, 디스크의 탈출 자체가 통증의 원인인 경우는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이런 심리적 불안과 스트레스로 인해 생성된 신경전달물질이 신체를 구성하는 근육, 신경, 힘줄, 인대의 생리적 성질을 변화시켜 통증을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의학계는 TMS 이론에 다소 회의적이다. 윤강준 원장은 디스크가 퇴행된 후, 신경을 심하게 압박해서 생기는 물리적 통증은 심리적 원인과는 별개의 문제라며 단순한 허리 통증에도 원인이 다양해 하나의 이론으로 통증 원인을 모두 대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승우 교수 또한 심리적 원인으로 신체의 생질이 변화해 통증을 일으킨다는 TMS 가설도 일부 신빙성은 있다면서도 다만 MRI 촬영은 이미 통증이 심한 환자를 대상으로 통증의 원인을 찾기 위해 진행하기 때문에, 디스크 탈출과 통증 간의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수술적 치료는 최후의 수단

  일반적으로 흔히 생각하는 치료법인 수술적 치료는 최후의 수단으로 간주된다. 윤강준 원장은 이미 부종이 심하게 발생해 손상된 신경에 견인이 과하게 전달될 경우 신경손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는 부작용이 있다수핵을 제거하는 수술의 경우 기존에 있던 디스크 공간이 더욱 좁아져 2차 협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허리 디스크 환자의 경우 우선적으로는 보존적 치료와 운동요법을 시도한다. 통증을 완화하는 약물 요법과 더불어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이기 위한 물리치료, 보조기 착용, 침상 안정 등이 보존적 치료에 속한다. 서승우 교수는 허리 디스크 환자의 90%3~6개월가량 재활운동과 보존적 치료를 꾸준히 하면 증상이 호전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통증의 정도가 극심하거나, 신경압박으로 다리에 마비가 진행되고 대소변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등 기능장애가 유발되는 경우는 수술이 불가피하다. 현재 보편적으로 행해지는 허리 디스크 수술 방법에는 경막외신경성형술미세현미경 디스크 제거술이 있다. ‘경막외신경성형술은 가장 흔하고 가볍게 활용되고 있는 약물주사시술이다. 통증의 주된 원인은 탈출한 디스크가 신경을 누르면서 발생하는 염증인데, 해당 근육과 인대 신경 주위에 염증제거 약물을 주입해 통증 부위가 자체적으로 회복하도록 하는 원리이다. 미세현미경 디스크 제거술은 미세 현미경으로 절개한 병변 부위를 확대해, 신경의 통로를 막고 있는 물렁뼈를 제거해 신경이 지나다닐 공간을 확장해주는 치료이다. 윤기성 원장은 수술 후에도 꾸준한 운동요법을 통해서 근력이 약화된 부위의 근육을 선택적으로 강화시키면서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허리 디스크를 예방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허리에 무리를 주지 않는 바른 자세의 습관화다. 윤기성 원장은 올바른 자세와 꾸준한 척추강화 훈련으로 디스크를 예방할 수 있다앉을 때 허리를 구부리는 자세, 다리를 꼬는 자세 등은 알게 모르게 허리에 무리를 주는 좋지 않은 자세라며 삼갈 것을 강조했다. 허리를 똑바로 세운 자세는 척추 신전근의 이완성 수축을 막아 근육 손상을 방지하고, 뼈 사이의 공간이 열려 있게 해 신경근 압박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이상헌 교수는 무거운 물건을 들 때도 되도록 허리가 아닌 다리에 힘을 주고, 몸에 바짝 붙여서 물건을 들어 허리가 상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현슬 기자 puri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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