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4 16:41 (수)
[수레바퀴] ‘겨울왕국’을 사는 펭수와 유산슬
[수레바퀴] ‘겨울왕국’을 사는 펭수와 유산슬
  • 전남혁 시사부장
  • 승인 2019.12.01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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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생 무렵, 가족과 백화점 나들이를 갈 때면 완구 코너 앞에서 걸음이 느려지곤 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형형색색의 블럭, 실제 대상을 그대로 압축해 놓은 듯한 프라모델, 레일 위를 빠르게 달리는 RC카까지. 그중에서도 가장 동경어린 시선으로 지켜보던 것은 인기 캐릭터의 거대한 모형이었다. 10살은 어린 꼬마들과 함께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장난감 구경에 빠지다 보면, “다 큰 놈이 애들하고 뭐하고 있냐는 부모님의 핀잔을 듣고는 했다.

 시간이 흘러 군복무 시절, 부대에서 단체로 지역 축제를 관람하던 때였다. 걸그룹의 화려한 무대와 음원차트 1위 가수의 노래를 감상하며 예열을 마친 수십 명의 군인들. 가수 김연자 의 아모르 파티댄스 브레이크에 맞춰 무아지경으로 빠져든다. 댄스와 몸부림 사이의 율동을 바라보던 동네 주민 한 명이 요즘 청년들이 김연자도 알고, 별일이네?” 하며 한마디 거든다.

 인기 캐릭터를 보며 흥분하고, 트로트에 맞춰 몸을 흔들던 한 청년이 사는 2019년의 오늘은 참 좋은 시절이다. ‘신드롬급 인기를 얻고 있는 EBS 캐릭터 펭수는 어린이 시청자를 넘어 어른들의 사랑까지 독차지하고 있다. 트로트계는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는 송가인이라는 스타를 발굴한 데 이어 국민 MC 유재석이 신인 트로트가수 유산슬로 재탄생해 전 연령층의 관심을 얻는데 성공했다. 2미터 가까운 거대한 캐릭터 인형에 푹 빠져있는, 구수한 뽕짝을 흥얼거리는 20대 젊은이들이 더이상 낯설지 않다. 한 세대만의 문화가, 전 세대 간의 문화로 확장되는 광경은 여간 즐거운 경험이 아니다.

 이렇게 세대 내의 문화가 세대 간의 문화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갈등도 빚어지는 모양새다. 개봉한 지 1주일이 지난 겨울왕국 2’가 대표적이다. 엿새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흥행 돌풍의 뒷면에서 때아닌 논쟁이 불붙었다. 영화 관람을 방해하는 아동 관객 없는 노키즈관설치에 대한 찬반 대립이 그것이다. 한쪽에선 민폐 관객 없는 조용한 영화 관람을, 한쪽에선 아동 차별 없는 평등한 영화 관람을 외친다. 엘사와 안나, 올라프를 다시 극장에서 만나고 싶은 이들이 어른들뿐이랴. 펭수와 유산슬이 살아가는 2019, 문화는 한 세대만의 것이 아니다.

 

전남혁 시사부장 m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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