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가 걸어 다닐 수 있나요? ‘두발이 없는데.”

죄송한데 대머리도 의견을 낼 수 있나요? 자기 머리카락도 못 내밀면서 의견을 낸다는 게 좀 말이 안 되지 않나요?”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대머리 조롱이 유행이다. 탈모인들이 고민을 나누는 커뮤니티에 그들을 놀리는 글이 올라오면서 이 유행이 시작됐다. 사실 해당 커뮤니티에서 대머리 조롱은 그저 대머리 드립정도로 여겨진다. 조롱의 대상인 탈모인들도 이 조롱에 동참하기 때문이다. 탈모인이 기분 나쁜 척 농담 투의 댓글을 달면 머리는 안 나면서 화는 나나 보네요.” 같은 반응이 돌아온다. 진지한 비난이 아니어서일까. 놀리는 사람과 놀림 받는 사람이 함께 웃으며 즐거워한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인지 이 상황에 대해 누군가 비판하는 글을 써도 달라지는 건 없다. 글쓴이는 진지충으로 치부되고, 대머리를 희화화하는 댓글만 넘쳐난다.

 여기서 우리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글쓴이가 분위기 파악을 못 하는 진지충인지, 혹은 상처받은 일부의 대변자인지. 그리고 깨달아야 한다. ‘다수가 심각하지 않게 여긴다고 해서 모두가 괜찮은 것은 아니라는 걸, 분명 누군가는 상처받고 있다는 걸 말이다.

 이는 비단 대머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특정 집단이나 인물을 조롱하는 글이 웃음을 주고 많은 공감을 얻으면 너도나도 비슷한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 대상이 어떤 기분을 느낄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 이 순간 많은 반응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이를 비판하는 사람에게는 다들 재밌어하는데 왜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냐고 말한다. 웃자고 한 이야기에 죽자고 달려드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다. 하지만 농담인지 조롱인지는 말하는 사람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말의 성격은 듣는 사람에 의해 정해진다. 어떤 말로 인해 누군가 상처받았다면 그 말은 장난이라고 할 수 없다.

 ‘함을 미덕이라고 여기며 상처받은 이들에게 관대함을 요구할 거라면 덜 해질 것을 추천한다. 조금 더 상황을 불편하게 바라보며 상처받은 이들을 이해하길 바란다.

 

이지원 기자 e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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