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신문 1889호의 1면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어라, 사진이 없다. 으레 사진이 들어가는 자리에는 고려대 다양성위원회가 내놓은 다양성 분석 지표가 그래픽으로 정리돼 있었다. 꽤 참신한 시도였다. 분석 결과를 크게 세 부문(젠더·장애·경제력)으로 나눠 핵심적인 내용만 간추린 것도 인상적이었다. 지표가 드러내는 문제의식을 어떻게 시각화할지 고민한 흔적이 묻어나는 구성이었다. 하지만 헤드라인이 다소 밋밋했다. 독자가 신문을 집어 드는 유인 중 하나인 1면 사진을 포기한 상황에서 헤드라인은 더 선명한 메시지를 전달했어야 한다고 본다. 학내 다양성 기획은 대학에서 어떻게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구현할 수 있을지 시사했다. 유의미한 기획이었다고 생각한다.

 보도면에서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한 전자식대학 풍경 기사는 기시감이 들었다. 이미 여러 매체의 기사를 통해 접한 소재였다. 기자가 여러 강의실에서 현장을 생생하게 그려낸 점은 눈에 띄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이 소재의 기시감을 극복하기엔 부족했다. 아마 소재뿐 아니라 내용도 대다수의 독자가 이미 알고 있었을 사실이기 때문이리라. 뉴스는 독자가 기사를 읽기 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담보해야 한다. 이미 다뤄진 소재라 하더라도 독자가 몰랐을 사실이 무엇인지 더 고민했어야 한다.

 학술면에서는 최근 화제가 된 가야사 복원사업의 명과 암을 짚었다. 주요 언론에서는 단신 처리한 소재였지만, 현상의 이면을 집요하게 파고든 고대신문의 관점이 빛을 발했다. 외부에서 잘 다루지 않는 학계의 우려를 풍부하게 담아냈다. 새로운 사실 전달뿐 아니라 대학언론의 아카데미즘 구현까지 달성한 좋은 기사였다. 두 면에 걸친 문화시설로 거듭난 산업유산기획은 대체로 흥미로웠다. 국내외 사례를 두루 소개하며 이야기가 있는 문화공간의 힘을 역설하는 기자의 논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내용과는 별개로 기획 자체의 분량이 너무 길지는 않았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고대신문에서 매번 가장 눈여겨보는 꼭지는 단연 사람들이다. 김정민 PD 인터뷰 기사는 여러 사례와 인터뷰이의 말을 통해 바람직한 언론상을 제시했다. 언론의 본령은 무엇인지, 언론인은 무엇을 위해 복무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한 기사였다.

 연세춘추의 편집국에는 매주 수많은 신문이 배달된다. 그중 고대신문을 가장 먼저 찾아서 집어 든다. 고대신문은 첨예한 학내 사안을 어떻게 기록하는지, 학술·문화면에서는 기자들의 참신한 시선을 어떻게 드러내는지 본다. 여론면의 대중문화 비평 꼭지 타이거 쌀롱과 고려대 학우들의 통찰이 담긴 기고문도 놓치지 않는다. 연세춘추의 지면과 견줘 보며 배울 점을 찾아내기도 한다. 연세춘추에 고대신문은 한 단어로 자극제. 앞으로도 고대신문이 많은 독자의 감각과 마음에 반응을 일으키는 기사를 써 내려가길 응원한다.

 

박건 연세춘추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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