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고려대를 강타한 학교본부의 회계비리 사건과 조국 사태는 학생사회를 아우를 수 있는 학생대표자의 필요성을 웅변했다. 그리고 어김없이 학생 대표자 선출을 위한 선거시즌이 돌아왔다. 지난주 세종캠에서는 한뜻선본이 제33대 세종총학생회장단으로 당선됐고, 투표를 앞둔 서울캠에서는 두 선본의 합동공청회가 열렸다.

 공약을 살펴보면 두 선본 모두 만능해결사를 지향하는 듯하다. 등록금과 주거문제 등 과거 여러 총학에서 끝내 해결하지 못한 고질적인 문제부터, 올해 학내에서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자유정의진리 수업의 개선과 대동제 및 고연전의 자리배분·티켓문제까지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선택과 집중도, 우선순위도 없이 모든 걸 해내겠다고 하니 각 선본의 특색을 찾기가 어렵다. 틀림없이 다 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학생 유권자들은 그간의 경험을 통해 수십 개의 공약들이 1년 안에 모두 이행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그러니 이들이 내세운 공약에 대한 건설적인 검토와 비판도 심도 있게 진행되지 못한다.

 공약의 차별성이 없을수록 유권자들은 자신의 기준을 세우고, 각 후보의 능력을 따져 책임 있는 대표자를 가려내야 한다. 하지만 실체 없는 논란과 실행역량과 별 연관 없는 과거의 행동까지도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후보자의 역량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더욱이 총학 선거와 후보자들에 대한 단상과 평가는 온라인 커뮤니티 안에서만 맴돌고 있다. 학생들 간에 얼굴을 맞댄 오프라인 공간에선 학생 대표자의 역할과 자질은 대화의 소재로 끼지도 못한다.

 서울캠에서 이뤄지는 4년 만의 경선이다. 합리적인 기준을 세워 각 후보의 능력을 검증하고, 내세운 공약에 대한 진정성 있는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후보자들은 만능해결사가 되려 하고, 학생들은 대표자가 오점 하나 없기를 요구한다. 하지만 총학이 만능에 무결해야 하는지 냉정히 재고해봐야 한다. ‘제대로일하는 믿음직한대표자를 선출하기 위해서는 학생대표의 역할과 자질에 대한 후보자와 유권자들의 깊이 있는 이해와 공감이 이뤄져야 한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