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맑은 겨울밤엔 오리온자리를 볼 수 있다. 캠퍼스에서도 보인다. 커다란 별 네 개가 윗변이 더 긴 사다리꼴을 이룬다. 왼쪽 위 꼭짓점은 1등성 베텔게우스다. 위에 있는 다른 별들과 이어진다. 오리온의 팔 하나를 완성한다. 몽둥이를 든 형상이다. 오른쪽 위 꼭짓점도 오리온의 어깨다. 방패를 든 반대 팔로 뻗어 나간다. 이제 다리를 그릴 차례다. 별 몇 개만 더 찾으면 된다. 사다리꼴 짧은 변 아래 1등성 리겔이 방향을 잡아줄 것이다. 오리온자리 완성이다. 별자리를 그리려면 하늘을 봐야 한다. 오래, 올려봐야 한다.

 

○…고려대역 로터리 크리스마스트리에 불이 켜졌다. 연말이다. 보름달이 한 번만 더 뜨면 해가 바뀐다.

 

○…일 년이 지나면 지구는 태양 한 바퀴를 완주한다. 아니다. 달력보다 지구가 먼저 태어났다. 지구가 태양 한 바퀴를 다 돌아야 일 년이다. 조상들은 자연의 시간을 구획했다. 한 바퀴 공전에 일 년이란 이름을 붙이고 올해와 내년을 나눴다. 연말을 발명했다. 그래서 우리는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밀 수 있게 됐다.

 

○…연말이면 사람들은 한 해를 되짚고 다가오는 해를 대비한다. 삶을 어떻게 이어갈지 모색한다. 학생들은 진로를 고민한다. 졸업예정자는 취업을 준비한다. 교수는 다음 연구 과제를 찾는다. 교정은 신입생을 기다린다. 모두가 잠깐, 일시정지하고 다음을 생각한다. 그러다 어쩌면 오리온자리를 그려보고 고려대역 로터리에 우두커니 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올려본다. 12월이어서 할 수 있는 일들이다. 연말은 위대한 발명품이다.

 

김태훈 취재부장 foxtr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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