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잠들었다가 못 일어났으면 좋겠어.” 말끝이 조금 떨렸다. 죽고 싶단 소리가 버릇인 녀석이지만, 여느 때랑은 다른 억양이었다. 술이 단번에 깨는 듯했다. “.” 적당한 대꾸는 떠오르지 않았다. 허투루 받아치기엔 던져진 공이 무거웠다. 긴 정적이었다. “미안. 그냥 해본 소리야.” 녀석이 웃으며 말했다. 웃음이 퍽 싱거웠다.

 껍데기만 남은 일상의 공허함.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 주는 무력감. 눈을 뜨고 마주한 천장이, 삼켜야 하는 밥알이 넌더리나는 순간들. 삶은 때로 지독하다. 겨우 살아낸 하루 끝에서 내일이 줄 고통과 행복을 저울질하게 된 순간, 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어질지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 삶은 고통이라는 흔한 말이 녀석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까.

 ‘Live Forever’. 노엘 갤러거는 너바나의 ‘I Hate Myself And I Want To Die’를 떠올리며 이 곡을 썼다. 남편의 폭력으로부터 세 아들을 데리고 도망친 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였다. 어린 그는 폭력 후유증으로 말더듬증을 앓았지만,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면 행복했다 한다. ‘오늘 네가 어딜 가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라며.

 당신은 어떤가. 오늘을 기대하는가. 혹시 대답을 뱉기 힘들다면, 지금까지와 다른 길을 걸어봤으면 한다. 많이 망설일 거다. 불투명한 미래는 무섭다. 하지만 용기 내 가보길 바란다. 헤쳐가는 그 길에서 새로운 풍경을, 예상치 못한 인연을 만나리라. 내딛는 걸음걸음 응원하겠다. 더 깊어진 눈으로 돌아올 당신을 믿는다.

 

이동인 기자 what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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