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전공 학생들, 교수 충원 주장

 

  본교 디자인조형학부(학부장=유승헌)의 조형미술 전공(조형전공) 학생은 100명이 넘지만, 교수는 단 한 명뿐이다. 해당 교원의 정년도 3년밖에 남지 않아 학생들은 전공이 사라질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 3월 초 예정된 학부 전 구성원 간 토론회를 제외하고는 교수 충원에 대한 학부 내 논의도 미흡한 상황이다.

 

의지할 데 없는 학생들

  디자인조형학부의 조형전공은 서양화, 조소, 동양화 등 순수미술과 이를 토대로 한 회화, 설치미술, 뉴미디어, 판화 등을 포괄한다. 현재 유일한 전임교원은 동양화 전공으로, 2023년에 정년퇴임이 예정돼있다. 해당 교수는 학부 내 조형전공생뿐 아니라 일반 대학원 조형예술학과,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 학생의 지도도 맡고 있다.

  조형전공 학생들은 자신이 관심 두는 장르에 대해 긴 호흡으로 조언해줄 멘토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공 수업을 통해 다양한 미술 장르를 소화하고,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야 하는데, 동양화를 제외하고는 조언해줄 사람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강사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나, 강사진도 매 학기 바뀌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소통은 어렵다.

  디자인조형학부 학부생 A 씨는 졸업 전시를 준비할 때 작품을 잘 이해하고 있는 교수와 긴 호흡으로 상의하면 질 좋은 작품을 낼 수 있지만, 교수가 부족한 지금으로선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대학원생도 논문을 지도할 교수가 부족해 충분한 피드백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교수 한 명이 조형미술 분야의 모든 대학원생을 담당해 양질의 조언을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디자인조형학부 소속 대학원생 B 씨는 한 명의 교수에게 모든 대학원생의 논문이 몰려 깊이 있는 피드백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임교원의 퇴임도 얼마 남지 않아 전공 자체가 폐지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학생 사이에선 크다. 휴학이나 교환학생을 가고 싶어도 돌아왔을 때 전공이 사라질까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디자인조형학부 출범 이후 최근 12년 동안 조형전공 교수는 충원되지 않았다. 이에 비해 디자인조형학부 내 다른 전공인 산업정보디자인전공(디자인전공) 교수는 5명이 충원됐다.

 

교수 간 합의 안 돼 충원 ‘0’

  조형전공 학생들은 지난 10월부터 자체적으로 안전졸업위원회(대표=소범수, 안졸위)를 만들어 현 상황을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조형전공의 신임교원 채용을 요구하며 대자보를 게시하고, 연서명을 통해 학내 구성원의 관심을 촉구했다. 대자보에서 안졸위 측은 디자인전공(7)보다 조형전공(1) 교수 수가 극도로 적어 신임교원 채용이 관철되기 어려운 환경이라 주장했다. 또한 디자인대학 승격을 지원한다는 현 총장의 공약을 들어 본부가 학과 통폐합을 시도하고 있다고 추측했다.

  디자인조형학부 측은 안졸위의 주장에 전면 반박했다. 조형전공의 교원 충원이 되지 않은 건 교수 간 합의가 되지 못해 충원요청서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디자인대학 승격 또한 학과 통폐합과 아무 관련 없다고 일축했다.

  유승헌 디자인조형학부장에 따르면, 조형전공 교수들은 2015년 이후 충원요청서를 한 번 제출했고, 2018년 이후엔 한 번도 제출하지 않았다. 유승헌 학부장은 디자인과 조형이 동시에 충원요청서를 내 몇 차례 경쟁한 걸 제외하고는 디자인전공은 조형전공의 충원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디자인대학 승격 지원 공약도 조형전공 폐지와는 전혀 관련 없다고 강조했다. 유 학부장은 학부 지위로는 교무회의 참석을 못해 대학으로 승격해나가기로 합의한 것이라며 특정 전공을 축소하려는 의도는 없으며 조형전공 교수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학부 구성원 아우르는 논의 필요해

  조형전공 내 교수 충원 문제가 학부 전체의 갈등으로 비화한 건 디자인전공과 조형전공, 교수와 학생 모두를 아우르는 소통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유승헌 학부장은 조형전공 교수 충원은 학부 안에서 논의할 문제였다. 디자인전공 학생들은 충분한 설명 없이 학부의 이름을 걸고 공론화를 진행하는 안졸위의 태도에 상처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조형전공 학생들은 자신들의 어려움이 학부 내에서 제대로 논의될 기회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소범수 안졸위장은 교수 충원을 두고 학생들의 걱정이 깊어지는데도 학부장은 조형전공 교수와 먼저 상의하라는 답변만 했다. 안졸위를 조직한 것도 학부내의 논의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재 디자인전공 교수와 학생 대표들은 3월 초 학부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공개 토론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당초 학생 대표만 면담할 계획이었지만, 논란이 확산되자 대상을 전 구성원으로 확대하고 일시도 개강 이후로 미뤘다.

  소범수 안졸위장은 토론회에서 조형전공 교수 충원에 대한 발전적인 이야기가 오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유승헌 학부장은 구성원 간의 동등한 협의를 바탕으로 학부 전체의 비전을 모으고 학생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민서 기자 fa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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