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이 소통방식에 영향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필요

 

  온라인 속 사람들은 감정을 선택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를 차단하고, 행복한 글을 올리는 SNS 계정만 팔로우할 수도 있다. 특히, 90년대 중반에서 00년대 출생으로, 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 속에 살아온 디지털 네이티브’ Z세대일수록 이런 소통 방식이 익숙하다.

  Z세대를 비롯한 일부 현대인들은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감정대행서비스를 통해 불편한 감정을 대면하지 않으려 애쓰기도 한다.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언젠가 오프라인상에서의 감정을 맞닥뜨릴 때 잘 대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서다. 디지털 환경에서 Z세대를 위해 필요한 의사소통 교육은 무엇일까. 감정대행은 바람직한 의사소통이 될 수 있을까.

김아미 팀장은 "Z세대가 오프라인에서 직접 감정 을 겪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아미 팀장은 "Z세대가 오프라인에서 직접 감정 을 겪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 디지털에 익숙한 Z세대가 온라인 밖 의사소통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나

  “Z세대는 SNS나 디지털 미디어로 소통할 때는 적극적으로 자기표현을 하지만, 면대면 대화나 통화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죠. 면대면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환경 자체에 익숙하지가 않아요. 즉각적인 표현을 선호하는데, 대면으로 만날 때는 격식을 차려야 하니 말을 정제해야 하잖아요. 온라인상에서는 말을 정제할 시간이 있지만, 면대면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죠. 이모티콘을 쓸 수 없으니 감정도 직접 표현해야 하고요. 익숙지 않기에 어렵고, 그래서 꺼리는 거죠. Z세대의 면대면 소통 능력이 부족하다기보다는 그런 방식이 생소한 거라고 생각해요. Z세대에게도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면대면 의사소통을 어려워하지 않을 것 같아요.”

 

- 면대면 소통을 힘겨워하는 Z세대가 감정대행서비스에 매력을 느끼는 듯하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상대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거나 불편한 관계를 쉽게 끊어낼 수 있어요. 익명의 다수가 관심 있는 주제를 가지고 모여 대화하는 오픈카톡방처럼 하나의 목적만으로 사람을 만나고 무 자르듯 관계를 툭 끝내기도하죠. 하지만 실제로 이별이나 퇴사를 하려면 일련의 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어야 하잖아요. 불편한 감정에서 마음대로 멀어질 수 있다는 디지털 환경의 특성이 오프라인까지 확장돼 감정대행서비스가 성행한다고 생각해요.”

 

- 먹방·관찰예능 등의 미디어 콘텐츠도 감정대행의 일환인가

  “맥이 통한다고 볼 수 있어요. 액자형 관찰 예능이나 먹방, 언박싱 등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도 사람이 살아가며 겪는 여러 감정을 누군가의 경험으로 대신하는 거니까요. 퇴직대행이나 이별대행이 불편한 감정을 남에게 떠넘기는 식이라면, 미디어 콘텐츠는 주로 대리만족과 관련 있어요. 연예인들의 일상을 관찰하고 연애 프로그램을 보면서 심리적·경제적 부담 때문에 직접 경험하기 힘든 감정을 간접적으로 느끼는 거죠. 미디어에 비친 누군가의 생활을 보며 유사감정을 느끼고 대리만족하는 현상도 감정대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감정대행서비스를 Z세대의 의사소통을 돕는 좋은 서비스라고 볼 수 있을까

  “제가 만약 20대라면 좋은 서비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의 감정과 경험을 내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게 되니까요. 쉽게 말해 내 마음대로 감정을 취사선택할 수 있는 거죠.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유사감정으로도 자신의 감정을 어느 정도 충족할 것 같아요.

  하지만 기성세대인 저는 Z세대가 여러 가지 아픔을 직접 겪으며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진짜 관계에 대한 아무런 준비 없이 난관에 부딪힌다면 더욱 힘들어질 수 있어요.”

 

- Z세대의 바람직한 의사소통을 위해서 어떤 교육이 필요할까

  “저는 Z세대가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직접 감정을 겪었으면 해요. 하지만 앞서 말했듯 Z세대의 의사소통은 주로 디지털 미디어 속에서 이뤄져요. 과거와는 소통 환경이 변했으니 디지털 환경 내에서 더 잘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을 찾아야죠.

  현 상황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플랫폼에서 대화하느냐는 의사소통 방식에도 영향을 줘요. 플랫폼이 의사소통 방식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어떻게 의사소통을 발전해나가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것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일환입니다. 온라인 속 상대의 권리를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다면, 디지털 환경과 전반적인 소통 환경이 모두 더 나아질 거예요.”

 

김보성·신혜빈 기자 press@

사진제공김아미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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