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친구대행은 구하기 힘들어

대행이라 더 편안한 측면도

돈으로 엮여 겪는 허무함 커

 

  “같이 놀 사람 두 명 구해요. , 카페 다 사고 친구 비 1인당 15000원 드려요.” 본지 기자 2명이 직접 친구대행 알바를 구해봤다. 알바생은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를 통해 만났다. 게시글을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연락이 왔다. 보과대 소속 이용훈(가명) 씨와 김은빈(가명) 씨였다. 친구대행으로 만난 두 사람 모두에게 취재·보도 목적을 밝히고 동의를 구했다. 친구 구인에 성공한 김보성 기자와 신혜빈 기자는 적어도 안암은 벗어나자고 뜻을 모았다. 넷은 17일 늦은7시 혜화역에서 뭉쳤다.

 

  “장기 안 사요험난한 친구대행 구하기

  고파스로 눈을 돌린 건 대행업체와 중개사이트에서 건전한친구를 구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25살 남자와 22살 여자, 두 기자의 프로필을 동시에 중개사이트에 올렸지만, 여자 쪽에만 3차례 문의가 들어왔다. “22살 여자애만 연락처 알려달라는데?” 신혜빈 기자는 스멀스멀 느껴지는 불안감에 황급히 생후 7개월 된 사촌 동생 얼굴로 프로필 사진을 바꾸고 물어본다. “내 프사, 아기 엄마 것 같아?”

  “그냥 오빠가 여자사람친구 대행을 구하는 건 어때?” 김보성 기자가 직접 여자사람친구 대행을 구해보기로 했다. 대행업체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발길을 돌리게 한 건 대행업체 상담원의 말이었다. “하루 전에는 연락해주셔야 고객님의 취향에 맞는 몸매와 얼굴의 여자를 준비해드릴 수 있어요.”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3시간 기준 평일 12만원, 주말 14만원. 불법 성매매가 의심스러웠다.

  이런 어두운 면 때문인지 학생들 사이에서도 친구대행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의미로 통했다. 고파스에 올린 친구대행 구인 글에는 간 수치가 안 좋은데 괜찮냐’, ‘담배를 피워서 장기가 신선하지 않다등 농담 섞인 댓글들이 달렸다. 그때 쪽지 하나가 날아왔다. “24, 25살 둘인데 저희가고 싶어요.” 안암에서 가깝고 놀 거리가 많은 곳을 찾다 보니 혜화가 약속장소로 정해졌다.

  만날 시간이 가까워지니 장기매매를 의심하던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됐다. ‘혹시 이상한 사람이면 어떡하지?’ 김은빈 씨도 똑같은 걱정을 했는지 저 수술 경험 있고 최근엔 입원도 했어요라며 첫인사를 건넸다. 어색한 손 인사를 나누고 미리 정했던 것처럼 남성끼리, 여성끼리 두 시간을 보내다 9시 혜화역 4번 출구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어색해서 편안한, 친구대행의 역설

  김보성 기자 남자들의 만남은 뻔하다. 정해진 건 시간과 장소뿐. 그저 같이 있으면 재밌고 왠지 얼굴 보면 웃음이 나와 별 이유나 계획 없이도 만나게 되는 게 친구다. 15000원을 주고 산 우정이지만 그래도 남자끼리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뭐 먹냐란 물음에 아무거나라고 답하며 목적지 없이 대학로를 거닐다 무작정 눈에 띄는 초밥집으로 들어갔다.

  친밀감은 공통점에서 출발한다. 남자끼리 처음 만나면 열에 아홉이 혹시 군대 어디로 대화를 시작하는 이유다. 밥을 먹으며 혹시 하나라도 같은 점이 있을까 둘다 열심히 자신을 드러냈다.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애쓰던 첫 모습은 일상적인 친구와의 만남과는 사뭇 달랐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자 그 미묘한 어색함이 오히려 더 편안함을 줬다. ‘안 볼 사인데 뭐란 생각이 뒤를 받쳤다. 내밀한 가족사부터 20대 청춘의 고민까지. 어색함을 걱정했지만, 평범한 친구보다 더 빨리 친해졌다.

  신혜빈 기자 밤거리의 네온사인이 어색한 둘 사이를 밝혔다. “드시고 싶은 거 생각해 오셨어요?” “아니요, 혹시 드시고 싶은 거 있으실까 해서요.” 그렇게 거리를 둘러보다 도쿄스테이크간판에 이끌려 지하로 내려갔다. 2인 메뉴인 너와 나 둘이서를 시킨 두 사람은 이제 너와 나가 아닌 우리가 돼야 했다.

  새 친구는 고민을 털어놓기에 편한 언니였다. 어느새 말도 놓은 채 서로의 고민을 들어주기 시작했다. “휴학은 한 학기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일 년 쉬어보니까 그것도 힘들더라고. 알바 진짜 많이 했는데 버는 족족 쓰느라 남은 게 없어.” 대화하느라, 밥 먹느라 바쁘게 입을 움직이는 와중에도 머리를 계속 굴릴 수밖에 없었다. 가장 큰 걱정은 이제 뭐 하고 놀지였다. 한창 고민에 빠져있던 찰나 들려오는 언니의 목소리. “우리 사주나 볼래?”

  길을 나섰는데 사주 카페로 향하는 김기자와 이 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비슷한 생각을 한 모양이다. 우리는 사주 대신 쇼핑으로 시간을 보내자고 합의했다.

  김보성 기자 오늘 처음 본 친구와의 궁합은 어떨까하는 궁금증이 나를 역술가 앞에 데려다 놨다. “둘이 궁합이 아주 딱이네. 그러니 이렇게 오래 친구로 지낼 수 있는 거지. 고등학교 친구인가?” 역술가의 첫 마디는 보기 좋게 틀렸다. “아니요. 오늘 처음 보는데요.”

  “서로 없는 걸 가지고 있어. 서로서로 이런 애인 사귀면 좋아. 자네(김 기자)28살까지 좋은 여자를 만나기 힘들겠네. 용훈이는 사업하면 말아먹어.”

초면인 남자 둘이서 사주를 보러 왔다고? 서로 같은 여자친구 만나면 되겠네!

  신혜빈 기자 나 오늘 속옷 사려고 했는데!” 언니 손에 끌려 속옷가게에 들어갔다. “초면에 이런 말 괜찮은지 모르겠는데 여기 브라 입으면 로켓 가슴 되는 것 같지 않아?” 당황스러웠지만, 태연한 척 구경을 시작했다.

  속옷가게를 나와서는 옷가게를 전전했다. “주말에 데이트하는데 하도 안 꾸미다 보니까 어떻게 꾸며야 할지를 모르겠어!” ‘언니 미안, 사실 나도 그래.’ 옷가게엔 벌써 봄이 찾아왔는데, 우리의 마음에는 아직 겨울이 한창이었다. 그렇게 쇼핑에 매진하던 언니가 무심히 내뱉은 한 마디. “사실 나 휴학했을 때 삭발했었어” “, 언니 나도 재작년에 투블럭으로 밀었다가 지금 이만큼 기른 거야!” 뜬금없는 공감대에 반가운 악수가 이어졌다. 머리카락이 없어 한결 더 추웠던 지난겨울을 우리는 멀리서 함께하고 있었나 보다.

네 컷으로 담긴 우리의 하루. 어색함은 어느새 안녕~

 

  차라리 돈으로 만나지 않았더라면

  다시 혜화역 4번 출구, 헤어질 시간이다. “입금은 어떻게 할까?” 조심스럽게 꺼낸 말은 안타까운 탄식을 자아냈다. 돈으로 엮인 사이라는 걸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돈을 받는 입장에서도 아쉬움은 마찬가지인 듯했다. “오늘 정말 잘 놀았는데 돈 얘기는 다음에 하자.” 결국 대행비용은 다음 날 보내기로 하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기분도 헛헛한데 밤바람이나 맞으면서 걷자.” 두 기자는 밤길을 걸으며 하루를 되짚었다. 긴장하며 만난 첫 순간, 그리고 점점 친해지며 느꼈던 기쁨이 이별의 아쉬움으로 변하기까지. 서로 다르게 놀았지만 비슷한 감정을 공유한 하루였다.

  혜화에서 안암까지 걸어오는 1시간 동안에도 두 기자의 마음은 같았다. 허탈했다. 정말 즐겁게 놀았기에 더 허무한 마음이었다. “진짜 재밌는 사람들인데 돈으로 안 만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두 기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만날 수는 있을까란 질문에는 고개를 선뜻 끄덕이지 못했다. 편한 친구대행이 아니라 편한 친구였다면 좋았을 텐데.

 

  김보성 기자의 작별 메시지 수고하셨습니다ㅎㅎ” “감사합니다 ㅎㅎㅎ혜화역에서 헤어지고 24시간 뒤에야 알바비 15000원을 입금했다. 카톡을 보냈을 때는 이미 다시 존댓말이 익숙해져 있었다. 빠르게 친해진 만큼 빠르게 식었다.

  신혜빈 기자의 작별 메시지 언니 생일 축하해! 어제는 재미있었어.” 송금하기 직전, 심장이 두근거렸다. ‘언니도 아직 나를 친구라고 생각할까. 내 문자에 어떻게 반응할까?’ 일순간 울리는 알람 소리! “축하해줘서 고마워

 

  친구가 주는 편안함에 빠져있다가도 이 만든 관계란 생각을 할 때마다 안타까움을 피할 수 없었다. 15000원을 주고 산 즐거움치곤 너무나 행복했지만, 즐거우면 즐거울수록 돈으로 엮이지 않았다면이란 생각이 더 커졌다. 가깝고도 먼 사이가 친구라지만, 너무 가까워지자마자 너무 멀어져 버렸다.

 

김보성·신혜빈 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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