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은 이사는 "모두가 역사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미은 이사는 "모두가 역사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공역사 현장에는 학계를 벗어나 각자의 방식으로 대중과 소통을 시도하는 역사연구자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연구를 쉬운 언어로 풀어쓰고, 학교 밖 강의를 통해 대중과 호흡한다. ‘역사디자인연구소의 조미은 이사는 앞장서서 대중 모두가 역사 서술의 주체가 되도록 돕는다.

 

- ‘디자인한다’, 어떤 의미인가

학교에서 역사를 배운다고 하죠. 남의 역사를 외운다는 느낌이 있었을 거예요. 그러나 사실 우리는 모두 역사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모든 사람이 역사에 참여하며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 나갑니다. 이 과정을 디자인이라고 표현한 거예요.

 

- 역사디자인연구소가 만들어진 계기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자유롭게 역사를 다루고 싶은 연구자로서의 갈증이 있었어요. 역사연구자들이 연구실 밖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길 갈망하는 것은 필연적인 것 같아요. 역사는 전문가가 점유하는 것이 아니에요. 역사가 살아있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들 사이에서 순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연구자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또, 학내 연구기관에 속해 있으면 학술적인 방식으로만 역사를 다뤄야 하는 형식상의 제한이 있어요. 이미 남겨진 사료만 갖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방식의 기획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기도 하죠. 이러한 제한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방식으로 역사를 기획하고자 역사디자인연구소를 열게 됐습니다.”

 

- 역사디자인연구소은 어떤 활동을 하는가

“‘역사디자인 강좌’, ‘역사디자인 여행’, ‘기록컨설팅’, ‘단체연수’, ‘초중고 체험학습등 총 다섯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역시 참여자와의 소통이에요. ‘역사디자인 여행을 예로 들면, 일반적인 루트나 방식대로 답사 일정을 짜는 대신, 참여자의 답사 기획의도를 반영해 계획을 정합니다. 답사를 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어떤 내용을 보고 듣고 싶은지 참여자와 지속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습니다. 작년에는 분단 지점에 가서 남북한 관계를 다뤄보고자 하는 요청이 있어 관련 답사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 ‘기록 컨설팅이 무엇인지

앞서 말했듯 역사는 모두의 것이고, 모든 사람들이 역사 서술의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컨설팅의 대상은 개인과 가정부터 기업까지 다양해요. 물론 이전에도 외부 연구소에 역사 서술을 의뢰하면, 연구소가 중심이 돼 큼지막한 역사를 기록해 주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타인 주도로 자신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라는 한계가 있죠.

 물론 그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지만, 우리에겐 드러나지 않을지라도 중요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런 부분 하나하나가 역사니까요. 서술될 내용에 제한을 두지 않고 의뢰인이 스스로 기록의 주체가 되도록 돕는 것이 기록 컨설팅 활동의 지향점입니다.”

 

- 역사디자인연구소의 궁극적 목적과 앞으로의 향후 계획은

모든 이들이 역사 현장에 공존한다는 사실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흔히 개인은 다른 존재들과 분절됐다고 생각하지만, 완벽하게 고립된 개인은 존재할 수 없어요. 나와 타인의 교집합이 있고, 나와 기업, 그리고 국가 사이에 모두 교집합이 존재합니다. 이 교집합들이 바로 공공이라고 할 수 있어요.

 공공의 개념 아래, 나와 타인의 교집합을 발견하면 결국 사회 모두가 연결돼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타인의 역사도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죠. 그런 생각이 더욱더 확산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역사학자로서 학술적인 역사 연구뿐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의 삶과 역사를 더 잘 이해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정용재 기자 ildo114@

사진양가위 기자 flee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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