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졸띠] 익숙하지만 낯선 전통의 맛
[아랑졸띠] 익숙하지만 낯선 전통의 맛
  • 송유경 기자
  • 승인 2020.01.26 0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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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병과점 임오반

 성신여대 역 근처 동소문로17. 기와지붕이 늘어선 길을 걷다 보면 하얀 커튼이 드리워진 병과점 임오반이 나온다. 서까래 아래 놓인 깔끔한 원목 가구들과 고전적인 느낌의 장식품들은 정갈한 종갓집 한옥을 연상시킨다.

 격자식 벽장에 한 칸씩 자리 잡고 있는 놋쇠 그릇과 소반 등은 임오현(남·34) 사장이 10년 전부터 조금씩 모아온 것이다.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물건들을 조금씩 사서 모아놨어요. 제 내면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죠.”

 그에게 한과는 애정이다. 재료부터 요리까지 품을 들여 오랜 시간 준비한다. “소량으로밖에 못 만드는 게 아쉽지만, 잘 만들어진 음식에 항상 감사하죠.”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담긴 가게 이름 임오반은 임오현 씨의 별명인 임오와 상을 뜻하는 ()’을 합쳤다. ‘임오의 상차림’, 임오의 손에서 나오는 음식들로 차린 상이라는 뜻이다.

 

 

 시그니처 메뉴 임오반새참은 따끈하게 구운 증편(술떡)에 과일 콩포트와 크림치즈, 구운 버섯과 푸성귀 샐러드를 곁들인 한국식 오픈 샐러드 요리다. 술떡과 잼, 크림치즈의 새로운 조합은 낯설지만 묘하게 궁합이 잘 맞는다. 사과의 농익은 단맛과 풋풋한 신맛을 담은 산사화채, 계절 과일청으로 만든 과일 소다와도 잘 어울린다.

 간단한 간식이 당길 땐 달달한 조청을 바른 약과가 별미다. 임오반 약과는 전통 약과 방식을 고수한 개성 약과다. 평소 제사상에서 집어먹던 동그란 약과와 달리 층이 있어 바삭하면서 녹진한 맛이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특히 깨약과는 임오현 씨가 직접 볶은 깨가 약과 안에서 톡톡 터져 재는 식감을 더해준다.

 임오현 씨는 한과 본연의 맛을 젊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1년 전 이 가게를 열었다. “예전에 백화점 한과 선물 세트에 있는 약과를 먹고 실망했어요. 즙청도 엉망이었고, 전통 병과 수업에서 배운 약과 맛이랑 전혀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사람들이 진짜 전통 약과가 무슨 맛인지 경험하게 하고 싶었어요.”

 패스트푸드나 정해진 레시피로 대량생산되는 음식에 익숙해진 우리들. 그렇기에 가끔이나마 한옥 아래서 젊은 장인의 손맛이 담뿍 담긴 음식을 음미하는 것은 어떨까.

 

송유경 기자 c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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