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이민진 지음
'파친코'
이민진 지음

 재일 교포가 많이 종사하는 도박 사업 <파친코>를 제목으로 삼은 이 책은 삼대가 넘는 재일 교포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노아는 자신을 ‘한국인’으로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눈초리를 피하고자 요셉이 말해준 대로 다른 한국인들보다도 더 깔끔하게 옷을 입었고, 순종하며 좋은 시민이 되고자 했다. 조금이라도 엇나가거나 실수를 하면 바로 ‘한국인이어서~’라는 말을 들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선입견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던 노아는 대학 때 여자친구였던 아키코가 한국인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던 것에 대해서도 불편해한다. ‘집단’과 ‘민족’으로부터 탈피해 자신 을 ‘개인’으로 바라봐달라고 노아는 갈구했다.

 하지만 일본인 시민권을 얻고, 일본인 아내를 두어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도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노아는 파친코 사업에서 일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파친코 사업은 일본 내 차별로 인해 다른 사업에 종사하지 못하게 된 ‘자이니치’(재일 한국인과 조선인)가 점포 경영자다. 노아의 동생 모자수(모세)가 취업한 곳도 파친코 회사이다. 노력했지만 자신에게 족쇄이자 굴레와도 같았던 ‘한국’과의 연계성을 끊지 못한 노아의 비극은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살아가는 수많은 이민자 아웃사이더의 숙명적인 이야기를 반영한다.

 최근에 ‘캠퍼스 아시아 프로그램’에서 일본인, 중국인 이민 2세들을 만나봤다. 그들은 정체성에 있어 혼란을 느꼈다. 한 친구는 어머니가 볼리비아로 이주한 일본인 2세다. 칠레에 거주하다 일본으로 돌아갔는데 자신이 항상 ‘아웃사이더’로 완전한 일본인이라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항상 이방인이라고 느끼면서, 사회에 순응하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가면을 쓰고 생활하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 책에서는 ‘민족’ 외에도 여러 주제들을 다룬다. 한수와 같은 인물은 민족, 국적과 상관없이 경제적으로 힘을 거머쥐는 것을 중요시하고, 어떤 인물은 민족을 위해 기여하겠다는 사명감 하에 조총련 북송사업의 일환으로 북한으로 떠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일본에서 적응하면서 살아가려고 분투한다. 이민자 아웃사이더인 채.

 가족 얘기를 다루는 만큼 다정다감한 장면도, 마음 아픈 순간들도 가득 차다. 꼭 읽어 보길 추천한다.

김대영(정경대 정외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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