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우리가 사는 시대의 미디어를 가리켜 시청각매체라고들 한다. 실제로 우리 주변을 둘러싼 대부분의 매체는 시각과 청각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흔히 오감이라고 부르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다섯 가지 감각 중 본격적으로 매체 활용에 쓰이는 감각은 현재까지는 주로 시각과 청각 두 개에 머무른다.

 시청각 미디어의 시대는 비단 요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최초의 문자나 입을 통한 음성 언어들로부터 시작된 미디어의 역사는 대부분 시청각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이른바 근대 미디어라 부르는 사진이나 동영상 기술의 발전도 시청각을 늘 중심에 두었다. 점자 등의 문자체계는 촉각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그 활용률이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시청각 중심의 매체라고 해서 이들의 활용에 다른 감각이 전혀 배제된다고만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잘 느껴지지 않는 다른 감각의 존재는 특히 그 감각이 부재할 때 두드러진다. 이를테면 촉각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폰 이래 터치스크린 방식이 대표적인 인터페이스로 부각되면서 사람들은 처음으로 미디어기기에서 촉각이 차지하는 위치가 무엇이었는지를 매끄러운 평판 위의 촉각 부재 상황에서 깨달았다. 키보드나 버튼을 눌렀을 때 정확히 눌렸음을 알려주는 키 터치의 피드백이 없는 터치스크린은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 햅틱이라는 방식으로 키 입력이 완료되었음을 간단한 진동으로 대체해 주기 시작했다.

 촉각을 통해 전해지는 정확한 입력에 대한 피드백은 특히 디지털 게임에서는 꽤나 오래되고 중요한 요소이기도 했다. 고전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다 보면 아 눌렀는데!’라는 탄성을 자주 들을 수 있는데, 각 기계의 조이스틱과 패드는 플레이어가 키를 정확히 입력했음을 스틱이나 버튼의 동작 피드백을 통해 플레이어의 손에 회신했기 때문이었다. 이때 조이스틱, 키보드, 게임패드는 단순한 입력장치가 아니라 스프링 등의 물리작용을 활용한 일종의 출력장치이기도 했다.

 이들의 존재가 부각된 것이 역설적으로 촉각적 피드백이 제한되는 매끄러운 평판 디스플레이상의 터치스크린으로부터였다는 사실은 앞서 이야기한 대로 감각의 존재는 그 부재를 통해 발견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터치스크린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현대의 모바일게임들은 터치감을 통한 피드백의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진동을 햅틱 장치를 통해 만들어낸다.

 사이버스페이스를 통해 우리는 전에 없던 새로운 경지들을 만들어냈고, 새로운 정경 안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디지털 속 가상으로 이루어진 무언가라 하더라도 결국은 현실의 물리적 영역 어딘가를 통해 일련의 접점이 존재하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장기판에 말을 놓을 때 판을 때리는 소리와 맞고 판에 화투장을 던지며 터지는 하는 패 달라붙는 소리부터 키보드 자판을 눌렀을 때 짤깍이는 체리 청축의 타건 감까지 시청각 바깥의 수많은 보조감각들을 통해 우리는 총체적인 매체 이용을 경험해 왔고, 사이버상에 만들어지는 가상의 많은 것들 또한 그 감각의 공허를 채우기 위해 가상의 촉각들을 만들어낸다. 우리의 매체 이용은 시청각을 넘어선 복합감각의 영역에 총체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경혁 게임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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