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태어나서부터 서울로 대학을 오기 전까지, 대구의 한 동네에서 살았다. 학교들도 모두 같은 동네에 있었기에 내 생활반경은 우리 동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운 좋게도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고향이란 이미지를 더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게 됐다.

 대구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서울역을 갈 때면 언제나 설레는 마음이 든다. 특히 기차에 앉으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막상 대구로 가면 특별하게 하는 것은 없고 집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낼 뿐인데도 설레는 것을 보면 그 자체가 주는 설렘일 것이다. KTX를 타고 2시간 조금 안 걸리는 동대구역에 도착하면 익숙한 말투가 들려온다. 서울 사람들은 대구 사투리가 말이 억세고 세다라지만 나에게는 정겹고 유쾌하게 들린다. 전화하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릴 때면 그땐 피식하고 웃음이 나며 대구에 왔구나속으로 생각한다.

 역에서 집으로 가기 위해 425번 버스를 탄다. 나는 어디를 갈 때면 항상 이 버스를 탔다. 유일하게 지도를 켜지 않고도 노선이 훤한 버스이다. 가만히 버스를 타고 늘 보던 도로 밖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고 익숙한 역 이름을 안내방송으로 듣는 것이 반갑다.

 고향이 좋은 것은 추억을 떠올리기가 쉽기 때문이다.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학원가가 보이는데 고등학교 동안 주말이면 항상 이 버스를 타고 들른 장소다. 가방을 메고 내릴 때마다 내가 불쌍하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다시 보니 그때의 힘들었던 기억이 약간은 미화되어 싫으면서도 그리운 이상한 기분이 든다. 또 보이는 것은 한참 공사 중인 회색빛의 신축 아파트 단지이다. 갑자기 새로운 건물이 나타나니 창문에 고개를 가까이 가져가 보게 된다. 그곳은 원래 주택단지였다. 초등학생 때의 나는 거기에 있던 민들레 공원이라는 작은 공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곳은 방과 후 우리 학교 친구들의 집결지였다. 우리는 일명 경찰과 도둑이란 게임을 많이 했기 때문에 그 주택단지 전체가 우리의 놀이터였다. 새롭게 들어선 아파트는 멋져 보이지만, 추억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 매우 아쉽고 섭섭하다. 이후 우리 동네에 새로운 지역이 또 재개발될 것이란 소식을 들을 때, 나는 몇 년 후면 우리 동네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겠구나하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지금은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고향 모습이 몇 년 후면 내가 기억 속에 있는 것들만 그려질 것이다.

 이렇게 나는 집에 도착했다. 고향은 나에게 설렘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 설렘은 여행과는 달리 익숙함이 가져다주는 것이라 특별하다. 고향의 모습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이 슬프고 아쉽게만 느껴진다. 혹여나 가능하다면 나의 고향이 조금은 더디게 변했으면 하고 바라본다.

 

신민철 (정경대 경제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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