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등록금심의위원회의 협의가 끝났다. 외국인 학생 등록금이 또 올랐다. 수업료 3.8%. 대학원 석·박사 수료생 등록금도 인상될 전망이다. 학생 측 반발로 인상폭을 결정짓진 못했지만, 학교는 추후 대학원 총학생회와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학교본부는 일관되게 등록금을 올려야 한다는 자세였다. 본교의 전체 예산 중 등록금 의존율은 약 55%. 다른 데서 재원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일부 학생들이 ‘4000억 규모의 적립금 풀어 등록금 낮추라고 하는데, 적립금에는 꼬리표가 달려 있다. 정해진 목적 외에는 쓸 수 없는 돈이다. 기부금도 마찬가지다. 기부금은 대개 장학이나 건축 목적이다. 거액이 들어오면 원금이 아니라 이자로 장학금을 준다. 기부금 받고 첫 삽 뜨는 데는 적어도 1년 반가량 걸린다. 곳간이 가득해 보이는 건 착시에 가깝다.

 등심위에서 학생 측이 파고든 건 법인이었다. 법인전입금을 늘리면 등록금 의존율을 낮출 수 있으니, 등록금 인하도 가능하다는 논리다. 현재 법인은 법적으로 줘야 하는 전입금 중 60% 정도만 지급하고 있다.

 문제는 법인에 돈이 없다는 것이다. 법인의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은 30% 선이다. 연세대 법인은 140% 가량이다. 잘 알려진 세브란스 병원, 연세우유 등 덕이다. 우리는 이런 수익창출원이 없다. 뾰족한 수를 찾기도 어렵다. 사업을 개척하려면 이미 시장에 자리 잡은 기업들과 경쟁해야 한다. 부동산은 진입장벽이 높고, 유가증권 투자는 위험이 크다.

 타개책이 시급하다. 학생은 고려대가 마주한 구조적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현실성 없는 구호는 힘만 뺀다. 등록금 문제에선 학교와 협력도 필요하다. 함께 힘 모아 일치된 목소리로 정부에 재정지원을 요구하는 게 더 현실적인 접근이다. 그러한 요구에 정당성이 실리도록 본교가 그리고 대학들이 사회적 소명을 해내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학교당국 역시 학생·학부모의 등록금 부담이 큰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학교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만큼 학생 가정도 힘겹다. 학교와 학생이 서로 비용부담을 떠넘기려는 것을 멈추고, 이제 접근법을 바꿔볼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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