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학기도 끝나고, 학교를 어스름히 맴돌던 호랑이들이 고향 찾아 떠났소. 발 디딜 틈 없던 정경대 후문도 잠시나마 한산하오. 금번 학기에 뜻 없는 이는 아주 방을 빼서 나가는데, 계약기간에 발목 잡힌 호랑이들은 울상이오. 약속이니 지켜야 하면서도 하릴없이 나가는 방세에 울고. 거의 호구(虎口, 매우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소. 더 가면 불면호구(不免虎口, 위험을 면치 못함).

 

○…그럴 땐 호구지책(糊口之策)이라도 펴야 하오. 우리의 나침반을 자처한 학내 커뮤니티에 복덕방(福德房)’이라는 게시판이 있소. 이미 수백 수천 호랑이들의 애달픈 포효가 왕왕 울리는 곳이오. 살려는 자와 빼려는 자의 살 빠지는 승부처, 쪽지로 오가는 미묘한 눈치 싸움에 관리비 몇 달 치가 오가기도 하오.

 

○…본래 복덕방은 복()과 덕()을 주고받는 곳. 전쟁터에도 사랑은 꽃피듯 복덕방도 간혹 온정이 샘솟소. 계절학기 때도 방학만 집을 비우는 몇몇 이들이 계절 수강생에게 괜찮은 값으로 방을 빌려줬다 하오. 보증금 없이 방 빌리는 호형(虎兄)과 방세 아끼는 호제(虎弟)에게 모두 이득 아니겠소. 호형호제(呼兄呼弟)의 정이 싹텄구려.

 

○…사실 진짜 호랑이는 영역 침범에 민감한 동물이오. 서로의 영역을 침범치 않도록 나무나 돌에 발톱 자국이나 취를 남긴다고 하오. 학생회관에 서식하는 호랑이들도 꽤 오랫동안 영역 침범에 발톱 세웠다 들었소. 정 구할 방 못 찾거든 복덕방에 들어가 보길 바라오.

 

이선우 취재부장 e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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