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에서 1일.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해는 또 바뀌어 경자년을 맞이했다. 비록 하루 차이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1년 동안의 수고를 위로하던 연말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새로이 시작 해야만 할 것 같다. 사람들은 또 다른 출발을 위해 마음을 재정비하는 듯하다. 나도 그랬다. 나는 다시 1년을 달릴 준비를 했다.
새 출발을 다짐한 지 이제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예년보다 빠른 설을 지내고, 우리는 어느새 경자년에 적응해버렸다. 동시에 1월 1일을 짓누르던 ‘시작의 압박’은 다소 누그러진 듯하다. 하지만 머지않아 올해는 반드시 무언가를 해내야만 한다는 생각이 다시 솟구칠지도 모른다. 난 좋은 떨림과 함께 약간의 회의도 느낀다. 왜 ‘달려야만 하는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나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남들이 달리는 동안 달리지 않고 있는 자신을 용납하지 못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다.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아’라는 생각을 따르기엔 내 주변이 너무도 빠르게 흘러간다. 이런 세상 속에서 나와 함께 천천히 걸어준 노래가 있다. <패닉>의 ‘달팽이’라는 곡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들으면, 노래의 주인공이 마치 나인 것만 같다. 이 노래는 ‘속도’에 집착하며 앞만 보고 달리는 나를 잡아 세운다. 그리고선 나에게 잠시 쉬어가라고, 시선을 멀리 두고 걸어보라고 이야기한다.
달팽이는 느리다. 하지만 이 노래 속의 달팽이는 단지 ‘느린’ 존재가 아닌, 누군가를 곁에서 ‘위로’해주는 존재다. ‘빨리 달려야만 한다’라는 채근질을 거두게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 노래를 들으며 ‘올해는 천천히 쉬어가도 괜찮아’라는 생각으로 시작해보기를 바란다.
조영윤 기자 dreamc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