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효율적이라면 경멸과 증오의 시선을 받는 시대다. 갈수록 빨라지는 현대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비효율적인 것들은 어디서든 환영받지 못한다. 일반 개인들에게도 당신은 비효율적인 사람이다.”라는 말은 최고의 욕설이 아닐까 한다. 기업에서도 조금이라도 비효율적인 것들을 없애기 위해서 온갖 제도와 방침을 내놓고 있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가진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모두에게 편한 길이다. 하지만 효율적인 방법이 모든 방면에 효과적인 결과를 내는 것 같진 않다. 오히려 정말 비효율적인 방법이 최고의 효과를 내기도 한다. 최근 5조원에 가까운 가치로 매각된 우리나라의 대표 유니콘 기업인 <배달의 민족>은 처음 시작할 때 대단히 비효율적인 시스템을 기반으로 했다. 주변 길거리에서 직접 식당 전단지를 모아 만든 데이터로 시작된 것이 배달의 민족 애플리케이션이다. 지금은 매우 효율적인 시스템을 기반으로 움직이지만, 처음에는 비효율성의 끝이었다. 내가 종사하는 엔터테인먼트업 역시 도제식 교육이라는 상당한 구닥다리 인재 양성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국의 콘텐츠는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고 주변 국가에서도 모방할 정도로 성장했다.

 사실 이런 비효율의 다른 말은 투지라고 생각한다. 결국 비효율적 접근이란 말도 안 될 정도로 쓸데없는 난관들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효율이지만 결국은 효과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효율주의는 사실 이미 어느 정도 기반이 마련된 개인 또는 기업에 어울리는 단어라고 본다. 투지를 통해 어느 정도 이뤄낸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장치이지,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사람에게는 독에 가까운 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부정적인 비효율은 물론 제거해야 할 대상이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절차들이 무조건 효과성 있는 결실을 가져오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를 포함해서 이런 비효율적인 광경들을 어릴 때부터 현재 직장까지 수도 없이 느낀 2030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비효율적인 방식이라면 일단 거부하기 쉽다. 그래서 나도 이런 비효율적인 지시를 받을 때마다 한 번은 더 생각해 보는 연습을 한다. 이것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이 배우고 성장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존재하는 방식인지 고민한다.

 그렇게 늘 뭔가 배우는 것이 있다. 그것이 긍정적인 비효율이라서 투지를 배우는 경우도 있지만, 부정적인 비효율이라서 다시는 하지 않아야겠다는 배움도 있다. 그래서 요즘은 일단 해보고 보자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직장의 노예가 되는 건가도 싶지만, 아직까진 배워야 할 때이기에 조금은 더 비효율과 함께하고 있다.

<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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