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김영랑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 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머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고개를 들어 위를 보면 아마도 십중팔구는 천장을 마주할 것이다. 가끔 우리는 마치 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켤 날을 기다리는 매미 애벌레나 소라게와 같다는 생각을 한다.

 사실 천장이 딱히 싫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개의 경우 하늘보다 안락함과 안정감을 주고는 한다. 그럼에도 가끔은 날씨 좋은 날 볕 아래 앉아, 지구의 자전을 잊고서는 짜증과 무기력을 털어내고 싶은 날이 있다.

 지하철을 타고 학교를 오고가며 사람 사이에서 시달릴 때가 그렇고, 중앙광장과 하나스퀘어 열람실에서 몸과 정신이 분리된 듯 의자 속으로 가라앉을 때 그렇다. 그런 날은 앞에 서 있는 사람, 옆에 앉은 사람, 사람들이 이유 없이 싫어진다.

 시 속 화자의 마음은 나의 새해 소망이기도 하고 다짐이기도 하다. 올해는 맑은 마음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겉모습뿐만 아니라 마음속으로도 그러하자.

 나이를 먹으며 생각과 표정이 얼굴에 새겨진다고 했던가,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는 이의 표정은 얼마나 평온할 것인가. 햇발과 샘물의 생기가, 부끄럼과 물결 같은 투명함이 그 눈동자와 표정에 새겨질 것이다. 그렇게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그 속삭임과 웃음으로 주변을 기분 좋게 만드는 이가 되어가고 싶다.

 고개를 들면 십중팔구는 천장이 보일 것이다. 하지만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이 있는, 보드레한 에메랄드 얇게 흐르는 푸른 하늘을 마음 한켠에 담는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한주현(생명대 생명과학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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