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까지 해서 온 학교인데, 첫 대학생활이 너무 허망해요.” 김선우(문과대 사학20) 씨는 힘든 수험생활 끝에 본교에 입학했지만, 학교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 20학번 신입생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개강 연기와 연이은 행사 취소로 집에서 새내기 생활을 시작했다.
예년의 신입생이라면 새내기 새로배움터에서 동기, 선배들과 처음 만나 친해지고, 입학식에서 모두의 축하를 받으며 대학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새내기 새로배움터, 입학식을 비롯한 학기 초 행사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모두 취소됐다.
수업마저 강의실이 아닌 온라인에서 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윤호연(공과대 기계20) 씨는 “한창 캠퍼스를 거닐며 대학수업을 처음 접할 시기에 컴퓨터 앞에 앉아 온라인 강의를 들어야 하는 게 너무 아쉽다”고 전했다. 김선우 씨는 “행사들이 모두 취소돼 새내기가 느껴야 할 기분을 영영 못 느낄 것 같아 속상하다”고 했다.
행사 취소에 신입생들이 응원과 학과별 FM 구호 같은 대학 문화를 미리 체험할 길이 멀어졌다. 의과대 19학번인 전모 씨는 “아직 다 같이 모이는 자리가 없어서 후배들이 FM도 모른다”며 “행사가 다 미뤄져 후배들에게 알려줄 틈이 없다”고 했다.
MT, 신입생환영회와 같은 친목 행사들도 백지화되면서 신입생들은 친구를 사귀는 것부터가 난항이다. 신입생 단체채팅방에서 동기들과 대화를 나누지만, 직접 만날 기회가 아직까지는 없었다. 윤호연 씨는 “단톡방이 있긴 하지만 아직 만나보질 못해서 친해지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소민(미디어20) 씨는 “4월에 학교에 가게 되면 곧 시험기간이라 선후배가 모이는 행사도 드물 텐데, 서로를 알아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새내기들을 기다리는 19학번 맞선배도 신입생들의 불행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김찬비(미디어19) 씨는 “지난 1년간 가슴 벅찬 새내기 생활을 보냈는데, 그 이야기를 후배들에게 꺼내기조차 미안한 상황”이라며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하루빨리 후배들과 밥 먹고 싶다”고 전했다.
글| 남민서 기자 faith@
사진| 양태은 기자 aur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