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06 15:38 (월)
바이러스 벡터, 특이성으로 암세포 겨냥한다
바이러스 벡터, 특이성으로 암세포 겨냥한다
  • 이동인 기자
  • 승인 2020.03.15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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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와 암세포 특성 적극 활용해
종양선택성과 도달 확률 향상이 관건

 전국을 삼켜버린 코로나19가 바이러스의 무서움을 실감케 하는 요즘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바이러스를 질병 치료에 활용하기도 한다. 바이러스의 높은 침투력을 이용해 치료 유전자를 세포에 주입하는 방식의 유전자치료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바이러스 연구가 질병 치료의 새로운 장을 열어줄지 주목된다.

 

암세포 골라잡는 항암바이러스

 유전자를 실어 세포에 전달하는 운반체를 벡터(vector)’라고 한다. 벡터로는 주로 바이러스가 이용되는데 이는 숙주세포에 자신의 유전물질을 집어넣는 바이러스의 일반적 특성을 활용한 것이다. 치료 유전자를 바이러스의 유전체에 끼워 숙주세포 안으로 함께 주입하는 방식이다. 벡터로 쓰이는 바이러스는 아데노바이러스, 렌티바이러스, 헤르페스바이러스 등 다양하다. 각각의 바이러스는 저마다 특징이 있어 치료하고자 하는 표적 질환에 따라 다른 바이러스를 벡터로 이용한다. 가령, 렌티바이러스는 자신의 유전자를 숙주세포의 염색체 자체에 삽입하는 방식으로 살아간다. 세포분열이 일어난 뒤 새롭게 만들어진 딸세포에서도 치료 유전자가 발현되기를 원한다면 이런 생활사를 가진 바이러스를 이용한다.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치료유전자를 사용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항암유전자로 불리는 p53유전자는 세포의 이상증식을 억제하고 세포 사멸을 유도한다. 암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p53유전자가 정상세포에 계속해서 발현돼선 안 된다. 숙주 염색체 밖에서 별도로 유전자를 발현해 치료 유전자가 딸세포로 전달되지 않도록 하는 아데노바이러스를 벡터로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바이러스 벡터, 특히 암 치료 유전자를 전달하는 항암바이러스 연구의 핵심은 바이러스가정상세포를 피해 암세포만 죽이도록 하는 종양선택성(tumor selectivity)’이다. 벡터의 종양선택성을 높이는 데는 암세포만이 가지는 특징이 활용된다. ICP6 유전자를 제거한 헤르페스바이러스는 암세포가 RNR(Ribonucleotide reductase)을 과발현하는 특징을 이용한 사례다. 김주항 분당차병원 항암바이러스연구센터장은 “RNR은 바이러스 증식에 필수적인 효소지만, ICP6 유전자가 소실된 헤르페스바이러스는 이를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한다“RNR이 적은 정상세포에서는 바이러스가 복제되지 못하고, 암세포에서만 특이적으로 증식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러스의 프로모터(promoter)를 암세포 특이적으로 바꾸기도 한다. 프로모터는 유전자 전사를 촉진하는 염기서열이다. 간암세포에서 많이 발현되는 AFP(α-fetoprotein)에 반응하는 프로모터를 갖도록 바이러스 벡터를 개량하면, 바이러스는 간암세포에만 작용하게 된다. 이외에도 암세포 표면에 있는 수용체를 인식하는 리간드를 바이러스 벡터에 달아주는 등 연구자들은 암세포의 특이성을 활용해 벡터의 종양선택성을 높이고 있다.

더 깊숙이, 더 안전하게

 종양선택성이 높은 벡터라도, 표적세포까지 도달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윤아름(한양대 생명공학과) 연구교수는 바이러스 벡터도 우리 몸이 인식하기에는 외부물질이라며 혈관을 타고 표적세포까지 도달하는 과정에서 인체 면역체계에 상당 부분 잡혀버린다고 설명했다. 환부가 인체 표면에 있는 피부암 같은 질환에는 효과가 좋지만, 폐암이나 간암처럼 전신투여가 필요한 질환에는 치료 효율이 낮은 것이다. 벡터의 도달 확률을 높이는 방법을 찾고자 바이러스 벡터와 비()바이러스 벡터를 합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윤아름 교수는 폴리머(polymer)나 리포솜(liposome) 등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물질로 바이러스 벡터를 코팅해 도달 확률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러스 벡터 사용에 따른 부작용도 신경써야 할 요소다. 김주항 센터장은 헤르페스바이러스의 경우 삽입가능한 유전자 용량이 크고, 지속적인 유전자 발현이 가능한 장점이 있지만, 신경계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바이러스에서 부작용을 유발하는 유전자까지 제거해 더 안전한 벡터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 전사: DNA를 주형으로 삼아 RNA가 합성되는 과정. 만들어진 RNA는 이후 단백질로 번역된다.

수용체: 세포막 상에 존재하는 특정 구조의 단백질

- 리간드: 수용체와 같은 큰 분자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물질

 

| 이동인기자 whatever@

인포그래픽 | 송유경기자 c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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