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유전자 자르는 유전자가위, 교정·전달 효율이 과제
질병 유전자 자르는 유전자가위, 교정·전달 효율이 과제
  • 이동인 기자
  • 승인 2020.03.15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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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 RNA 이용하며 연구 가속화
크리스퍼 기반으로 효율성 모색해

  A, T, G, C. 인간의 모든 유전정보는 이 네 종류 염기가 30억에 달하도록 줄지어 이룬 DNA 속에 저장돼 있다. 이 염기들의 순서는 나와 타인을 다르게 만드는 근원인 동시에 치명적인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30억 서열 중 단 한 곳에 T 대신 C가 들어섰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는 지독한 질병을 앓는다.

  유전자가위는 질병 유전자를 잘라내 염기서열 자체를 바꾼다. 치료용 DNA를 세포에 주입하던 기존 유전자치료를 넘어 더 근본적인 교정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Cas9)’를 앞세운 유전자가위 기술은 빠른 속도로 치료 현장에 다가오고 있다.

 

쉽고 저렴한 가위, ‘크리스퍼

  3세대 유전자가위인 크리스퍼는 DNA를 자르는 절단효소와 가위를 표적 DNA 서열로 안내하는 가이드(Guide) RNA’로 구성된다. 표적 서열을 찾는 데 단백질을 이용했던 1, 2세대 유전자가위와 달리, 크리스퍼는 비교적 간단한 구조인 RNA를 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개발 비용은 기존의 10분의1 수준으로 줄었고, 설계도 쉬워졌다. 배상수(한양대 화학과) 교수는 크리스퍼가 개발되며 유전자가위가 비로소 많은 실험실에 등장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크리스퍼를 이용한 유전자치료에선 도너(Donor) DNA’의 역할이 중요하다. 가이드 RNA의 안내를 받은 절단효소는 먼저 질병 원인이 되는 DNA의 이중가닥을 잘라낸다. 이후 세포는 손상된 DNA를 원래대로 복구하려 하지만, 이중가닥이 모두 잘려나갔기 때문에 어떤 염기서열이 원상태였는지 알 수 없다. 이때, 크리스퍼와 함께 넣어준 도너 DNA가 참고자료로 쓰인다. 세포는 도너 DNA의 염기서열을 토대로 잘려나간 DNA를 복구하는데, 이 과정을 HDR(Homology Directed Repair)이라 한다. 정상인의 염기서열을 가진 도너 DNA를 활용하면 손상된 DNA가 정상 DNA로 수리되는 것이다.

  하지만 도너 DNA가 표적 염기서열 가까이 고정되지 않고 세포를 떠돌기 때문에 수정 과정에서 높은 확률로 HDR이 아닌 NHEJ(Non-Homologous End Joining)가 일어난다. NHEJ는 절단된 DNA 염기서열이 교정되는 대신 임의로 연결돼버리는 현상을 가리킨다. 세포가 도너 DNA를 참고하지 않는 것이다. NHEJ는 표적 유전자를 망가뜨리기만 할 뿐, 원하는 유전자로 교정하지는 못한다. HIV 수용체 유전자를 망가뜨리기만 해도 치료 효과가 있는 에이즈 같은 질병에선 문제가 되지 않지만, 대부분 질병은 정상유전자로 교정돼야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교정과 전달효율 높여야

  DNA 교정효율 향상이 유전자가위 기술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며 크리스퍼를 바탕으로 더욱 발전된 형태의 유전자가위가 개발되고 있다. ‘염기교정 유전자가위프라임 에디터가 대표적 사례다. 두 유전자가위 모두 도너 DNA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5% 수준의 성공률을 보이던 크리스퍼보다 교정에 효율적이다. 배상수 교수는 염기교정 유전자 가위는 20~40%, 프라임 에디터는 10~30%정도의 성공률을 보인다고 말했다.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는 가이드 RNA의 안내를 받아 표적 염기서열에 결합한 후 탈아미노효소를 이용해 표적 유전자의 염기서열 하나를 직접 바꾼다. 프라임 에디터는 길게 늘인 가이드 RNA역전사효소를 가지는데, 역전사효소가 가이드 RNA 서열을 토대로 즉석에서 DNA를 만들어버린다. 가이드 RNA가크리스퍼의 도너 DNA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교정 폭도 넓어서 30 염기쌍 크기의 서열을 교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배상수 교수는 교정효율을 높이는 연구는 앞으로도 다방면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전자가위를 표적세포까지 전달하는 데는 바이러스가 널리 쓰이고 있다. 바이러스 벡터에 유전자가위를 암호화한 DNA를 넣어 세포로 전달하는 것이다. 바이러스의 뛰어난 증식력은 세포 침투와 유전자 전달에 매우 효율적이다. 하지만 바이러스로 전달된 유전자가위 암호화 DNA는 치료가 완료된 세포에도 오랫동안 남아 가위를 만들어낸다. 불필요한 가위가 재생성될수록 오작동의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학자들은 바이러스를 쓰지 않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나노입자를 이용해 RNA나 유전자가위 자체를 넣어주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지만, 아직은 전달효율이 떨어진다. 바이러스를 간세포에 침투시키면 그 바이러스는 간 전체로 퍼지지만, 나노입자에 실어 넣어준 가위는 주변 몇몇 세포에만 들어갈 뿐이다. 배상수 교수는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바이러스를 이용하고 있다미래에는 전달효율이 높은 나노입자를 활용해 RNA나 단백질을 전달하게 될 것이라 설명했다.

 

인공지능기술로 연구 가속화 전망

  인공지능을 활용해 가이드 RNA의 효율을 예측할 수 있게 되며 유전자가위 연구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절단효율이 높은 염기서열을 찾아 가이드 RNA의 구조를 설계하는 것은 유전자가위 연구의 오랜 과제였다.1개의 유전자 안에 표적으로 삼을 수 있는여러 염기서열이 존재하고, 절단효소가 각각의 염기서열을 자르는 효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이드 RNA가 표적으로 하는 염기서열의 절단효율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가이드 RNA를 일일이 제작해 확인해봐야했다. 김형범(연세대 의과대) 교수는 인공지능에 유전자가위 효율을 측정한 대량의 자료를 학습시켜 효율이 높은 가이드 RNA서열을 예측하는 방법을 개발해 연구 내용을 20181,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에 실었다.

  김형범 교수는 가이드 RNA 설계 과정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요했다이제 실험 없이도 유전자가위의 효율을 바로 예측할 수 있어 전보다 효율적인 연구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 이동인기자 whatever@

인포그래픽 | 송유경기자 c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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