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나 강사·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코로나19의 폭발적인 확산세로 인해 의료진과 방역당국이 전국적으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이 전쟁 같은 현실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경험해 본 적 없는 낯선 환경 속에서 새로운 제도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 아직까지도 바뀐 선거제도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정확히 이해하기 보다는 막연한 짐작으로 투표에 임할 유권자들이 더 많아 보인다. 게임의 룰을 바꾸어 놓은 장본인들조차 예기치 못한 변수들로 인해 이 시국에도 각종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있는 판이니 일반 유권자들은 더 답답할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무엇이고, 이 제도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제도의 기본 원리는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수를 나누어 갖자는 것이다. , 여기에는 조건이 있다. 어떤 정당이 득표율에 따라 받아야 할 의석수에 비해 지역구 당선인 수를 많이 확보했을 경우에는 비례대표 의석배분 과정에서 그만큼 덜 가져가고, 정당득표율에 따라 받아야 할 의석수에 비하여 지역구 당선자 수를 적게 확보했을 경우에는 비례대표 의석수로 보충한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정당득표율과 의석점유율 간에 균형은 맞춰지게 된다. 이 제도가 존재하는 이유는 선거결과의 비례성을 높이기위함이다.

  역대 총선 결과를 돌아보면 거대정당들이 득표율에 비해 많은 의석점유율을 가져가서 이득을 보았던 반면 소수정당들은 그렇지 못했다. 20대 총선 결과를 예로 들면 더불어민주당(25.5%)이나 국민의당(26.7%)이나 득표율은 서로 비슷했지만 전자는 전체 300석 중에서 123(40.7%)을 가져간 반면 후자는 300석 중에 38(12.7%)밖에 가져가지 못했다. 비례대표 배분 과정에서 득표율 대비 지역구 선거의 당선인 숫자의 많고 적음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거제도 개혁의 취지는 바로 이런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당득표율과 의석점유율 간의 불균형을 교정하자는 데 있었다.

  그런데 이번 총선부터 도입되는 선거제도는 그 원형을 독일에 두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는 엄연히 다르고 그 효과 또한 제한적이어서, 이른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 불린다. 비례대표 수 자체를 47석으로 한정했고, 연동배분의 규모에도 30석이라는 상한선(cap)을 설정해 두었으며, 그 연동의 효과 또한 절반으로 줄여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격렬한 대립과 지난한 갈등을 거쳐서 제도를 바꿨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별로 크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선거제도는 지역구에 지지 기반을 두고 전국적인 조직 체계를 갖춘 거대 양당들에게 유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럼에도 두 양대 정당들은 위성정당이란 편법으로 맞수를 두고 있다. 이들이 위성정당 전략을 활용하는 이유는 지역구 선거 결과에 따른 페널티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구 당선인 수를 본래 정당에서 그대로 보존하는 동시에, 연동의석수를 배분하는 과정에서는 위성정당을 통해 지역구 당선인 숫자를 빼지 않고도 비례대표 의석수를 충분히 가져갈 수 있다. 소수정당들이 위성정당 창당 행위를 비난하는 까닭은 이런 거대정당들의 행위가 확보한 지역구 의석수를 고려해서 공평하게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수를 나누어 갖자, 개정된 선거제도의 기본 원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거제도의 비례성을 높여야 한다는 개혁의 취지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도, 모두가 동의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비례성이란 가치에 당위나 규범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정치 체제의 안정과 교환될 수 있는 일장일단이 있기에 비례성과 안정성 중 무엇을 더 우선할 것인지 선택할 때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선거를 앞두고 우리는 이 지점을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심도 있는 토론이나 정교한 검증 작업 없이 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다수결로 밀어붙이고 이에 몽니와 꼼수로 대응했던 정당들의 행태, 목전의 싸움에서 이전투구가 되어 유권자들을 소외시키는 정당들의 행태를, 열렬히 지지하거나 맹목적으로 응원하기에 앞서서 주권자이자 심판자인 시민으로서 먼저 냉정하게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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