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그랬다. 나는 나의 상위 평가자에게 언제나 관심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간직하며 소소하게 노력하는 소심한 관종이다. 이것은 나의 초, , 고등학교 시절부터 이어진 일종의 생활 습관이다. 일단 대외적으로 나에 대한 좋은 평판을 만들어 두면 그들의 편견 속에서 학교생활이 나름 편안하게 흘러갔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일찍이 이 달콤함을 깨달은 나는 직장에서 근무하는 지금도 어떻게 하면 회사 관리자의 마음에 들게 일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들의 신임을 받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이것은 소위 짝사랑 중인 사람의 마음과 비슷하다. 상대방은 아무것도 모르고 유유히 자기 일을 보고 있고, 나 혼자 애가 달아서 나에게 보낸 눈빛과 손짓과 한마디 한마디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나도 알고 있다. 이런 눈치 게임은 그만두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을. 내가 팀장이라면 팀원들이 어떻게 일해 주길 바랄까?

  요즘 코로나 19가 거세게 휘몰아쳐도 나의 출퇴근길을 배웅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21대 국회의원 후보자의 선거 캠프 사람들이다. 이런 시기에 명함을 건네기까지 하는 그분들의 사정도 사정이 아닐 터였다. 게다가 꽤나 출퇴근하는 모든 이들의 호감을 사고 싶은 눈치였다. 관심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그 길고 지루한 짝사랑의 고달픔을 알고 있기에 나는 그분들이 건넨 후보자의 홍보 명함을 받아 들었다. 전면엔 후보자의 얼굴과 기호, 후면엔 출신 고등학교부터 최근의 경력들이 나열된 그동안 익히 보아왔던 명함이었다.

  그렇지만 왜인지 모르게 화가 치밀었다. 아니 내가 코로나 감염의 위험과 찜찜함을 감수하고 명함을 받았는데 나에게 겨우 이런 정보를 전달하다니! 유권자로서 내게 필요했던 정보는 그 후보자가 그동안 추진했던 주요 정책이라든가 자신이 관심 있게 생각하는 민생 분야 등의 정치적 비전이었다. 많은 사람에게 그 자격을 인정받아 선거에 당선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그분들이 코로나로 불투명해진 선거 유세 기간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으면 한다. 투표하는 이에게 필요한 정보만을 집중해서 전달해 주길 바란다. 그리고 강산이 몇 번 변할 동안 어찌하여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지 의문인 그 홍보 명함이 다음 선거에는 좀 더 유의미한 종이로 인쇄되어 있길 바라본다.

<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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