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닫기 위해

                                                               박소란

대교를 지나다 보았다

막 강으로 뛰어드는 사람

 

강으로 뛰어들기 위해

막 난간을 기어오르는 사람 막 운동화 끈을 조이고 막 발을 구르는

사람

 

버스를 타고 달리면서 보았다

빠르게 빠르게

 

출렁이는 물결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막 허우적대는 것처럼

 

빠르게 더 빠르게

 

물속에 잠기면서

보았다

어둠을 가르고 세차게 헤엄치는 사이렌

 

살려 주세요

 

벨을 누르자

낯선 섬을 가리키는 정류장이 있고 집이 있고

 

막 벨을 누르자

늦었네, 한참을 엎드려 울고 난 얼굴로

 

문을 여는 사람

 

문을 닫기 위해

 

식탁 위 향기로운 저녁을 차려 두고

곁에 선 젖은 그림자를 향해 중얼거리는 사람

 

국을 새로 데워야겠다

국을 새로 데워야겠다


  세상은 수많은 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너는 지만, 결국 너에게 너는 이다. 각각의 인생이 다양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흘러가는 시간조차 제각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계란, 이렇게 다양한 들 사이에 교집합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나름대로 정의 내려 본다. 물론 그 교집합의 크기는 다 다르고 예상치 못하게 사라질 수도, 더욱 커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시의 화자는 한 사람의 생이 끝나는 장면을 목격한다. 아무런 관계도 없지만, 화자가 그저 본다는 것만으로 그 사람은 화자의 안으로 들어오려 한다. 물결과 사이렌, 그리고 실제로는 들리지 않는 그 사람의 목소리도 함께. 하지만 그것들은 화자의 인생에 영원하게 남지 못할 것이다. 향기로운 저녁이 준비된 식탁 위와 나를 기다린 내 삶 속 구성원들을 위해 화자는 문을 닫고 국을 데울 것이기 때문이다. 강에 뛰어드는 사람과의 교집합보다 더 짙고 넓은 자신의 교집합을 지키기 위해서, 자기 자신의 일상을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문을 닫음과 동시에 이루어진다.

  우리는 사이에 의식적으로든 아니든, 선을 긋고 살아간다. 물론 선을 긋는 대상과 정도는 모두 다르겠지만 문을 닫음으로써 타인으로 인한 영향이 일정 범위 이상 커지지 않도록 조절한다. 이때, 누군가는 문틈 사이로 들어오는 수많은 생각과 감정을 애써 밀어내기도, 마지못해 들여보내 주기도 한다. 문틈조차 만들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문을 적당히 열었다가 다시 닫아버리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문을 대하는 태도는 결국, ‘가 수많은 와의 교집합을 대하며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과 타인은 온전히 하나가 될 수 없다. 이를 간과하고 닫혀버린 남의 문 앞을 서성이다 자신을 돌보지 못한 지난날. 그리고 너와 나의 관계는 왜 이럴까곱씹다 생겨버린 수많은 상처. 문을 닫기 위한 움직임이 어려운 만큼 자신의 와 타인의 사이 관계는 매번 벅차기만 하다. 그렇기에, 죽음을 목격했어도 자신의 삶을 위해 문을 닫아야만했을지도 모르는 이 시의 화자와 더불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관계 속 상처들이 애석하다.

 

김채연(문과대 언어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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