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를 마주했던가 기억도 채 안 나는 시절. 묵묵한 호랑이는 표정으로 말했소. 그 중에서도 눈빛을 꽤 많이 의지하오. 졸린 눈빛에 수업시간이 줄고, 손이라도 번쩍 들면 시험 날짜가 정해졌소. 얼굴조차 못 보고 수업 듣는 작금의 상황으론 전설 같은 이야기요.

○…이젠 표현해야 하오. 마이크 잡음에 음성은 접어두더라도, 어째 손을 써야 하지 않겠소. 제일 쉬운 방법은 수업이 끝나기 전 채팅창에 감사하다 한 줄 읊는 거요. 그리도 쉬운 말에 교수는 혼자 있지 않음을 느끼오.

○…일부 얼리어답터 호랑이들은 교수와의 채팅을 즐기기도 하오. 이모티콘까지 써가며 교수에게 마음을 전달하오. 교수에게 닿지 않을, 마음에만 담아둔 말들이 많지 않소. 교수님 목소리가 참 좋아요. 얼굴이 보고 싶어요.

○…존재는 근본이오. 학교는 텅 비어 찬 바람으로 가득 찼소. 교정에 핀 꽃들도 존재감 없이 떨어지오. 언젠간, 아무도 모르게 낡은 책상에 앉게 된다면 그땐 노트북, 핸드폰 다 집어치우고 얼굴만 한없이 들여다봤으면 좋겠소. 생각보다 그리웠던 표정들이니.

이선우 취재부장 e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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