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집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품은 적이 있을 것이다. 다들 그렇게 설레는 마음을 안고 집을 떠난다. 하지만 집을 나옴과 동시에 고생은 시작이다. 바로 새로운 집문제가 그것이다. 지방에서 상경해 학교에 다니는 나도 마찬가지다.

  집을 떠난 지 햇수로 6년째다. 고등학교 기숙사 생활 3, 대학교 기숙사 생활 2, 그리고 2월에 들어온 신문사 숙소까지. 이렇게 살 생각은 아니었지만, 이제는 집이 아닌 곳에서 자는 게 훨씬 더 익숙해졌다.

  지방 출신인 나에게 이 한 몸 뉠 곳은 항상 고민이었다. 계획과 어긋나 서울에 남아야 할 상황이라면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야 했다. 한 번은 기숙사 잔류 기간이 다 끝나고, 개강 전까지 2주 동안 서울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하는 수 없이 친구 자취방과 찜질방을 전전했다. 그때는 그러려니 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참 고생스러웠다.

  코로나19로 인해 개강이 2주 연기됐다. 개강 이후에도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서울에 몸 둘 곳 없는 학생들은 행여나 늘어날지 모르는 사이버 강의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학회의 임원진을 맡은 한 친구는 회의가 있는 날이면 대전에서 서울까지 오간다. 자취방 계약을 미리 해둔 후배는 빈방에 월세를 내고 있다. 이들을 위한 대안이나 해결책은 없다. 그냥 알아서 하는 수밖에.

  ‘서울에서 태어난 것만으로도 스펙이라고 한다. 자취는 비용이 부담스럽고, 기숙사는 들어갈 자리가 부족하다. 2018년 기준 본교의 기숙사 수용률은 10.7%이다. 기숙사 신축 의제는 총학생회 단골 공약이지만, 수년간 아무런 성과도 없다.

  지방에서 태어나서 불리한 것은 비단 주거 문제뿐만이 아니다. 공연부터 대외활동까지, 재미있는 것들은 대부분 수도권에서 한다. 지방 사람들에게 문화생활은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그림의 떡이다. 왕복 교통비에, 심하면 숙소까지. 큰맘을 먹어야 한다.

  많은 것이 수도권으로 몰린다. 좋은 것도 수도권으로 몰린다. 그래서 사람도 수도권으로 몰린다. 악순환이 반복된다. 모두 다 대한민국 사람이지만 어디에 태어났는지는 삶의 많은 부분을 결정한다. 조금 슬픈 이야기가 아닐까.

 

맹근영 기자 mangr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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