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타향에서 코로나19 사태를 접한 지도 몇 달의 시간이 흘렀다. 국내를 뒤집었던 바이러스와의 전쟁의 여파는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이곳에까지 닿았다. 여느 역사와 같이 차별은 위기의 순간에 그 민낯을 드러냈고 손끝으로 여권을 받아드는 공무원부터, 코로나-코리아라는 언어유희, 심지어는 동양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행 소식까지도 들려왔다. 아이러니하게도 다음 전장은 유럽이었고, 하나둘 선포되는 비상사태에 기본적인 이동마저 가로막힌 지금, 한국의 코로나 대응에는 오히려 각국의 예찬과 벤치마킹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변화를 만든 건 우리가 이뤄낸 빠른 진압이다. 이전부터 인정받아온 의료기술과 방역체계의 수준이라는 기반이 있었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사회적 거리두기가 있었다. 학교는 개강을 미루고, 직장은 재택근무, 가게들은 문을 닫거나 좌석을 없애는 등 너나 할 거 없이 힘을 모아 세간의 우려와 예상을 뒤엎었다. 신천지라는 변수와 국경개방이라는 강수를 안고도 진압을 성공한 저력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죽어가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는 살아있는 의제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의 피해자들은 여전히 병든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대남병원의 피해자들이 그러했고, 긴축정책으로 약화된 보건 시스템 속에 늘어가는 이탈리아의 사망자들이 그러했다. 좁은 공간에서 서로를 전염시킬 수밖에 없었던 콜센터직원들이 그러했고, 명절때보다도 늘어난 물류를 나르며 바이러스 속을 누벼야 했던 택배 노동자들이 그러했다.

  우리는 또 한 번의 폭우를 대비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선택으로 감수해야만했던 경제 바이러스가 거대한 먹구름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이전의 금융위기와 달리 생산부터 뿌리 깊게 감염된 위기에 대통령마저도 미증유의 경제 시국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계속될 세계시장의 여파를 토대부터 의존적인 경제가 맞으리라는 것이다.

  이번 폭우에도 어김없이 가장 낮은 곳부터 침수될 것이다. 우리가 위기에 맞설 가장 강력한 힘은 우리에게 있다. 이제는 거리를 좁히고 손을 잡을 때이다.

서형훈(공과대 전기전자17)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