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반면교사로 투명성 강화

미흡한 소통이 마스크 부족 초래

재난문자 발송체계 재정비 필요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이 1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결과를 브리핑 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를 키웠던 건 정부의 위험소통 실패였다. 2015520, 첫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정부는 확진자의 동선과 입원한 병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확진자가 있던 병원을 중심으로 병원 내에서 감염이 퍼지자 중요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다. 메르스 이후 5년이 흐른 지금, 코로나19가 한국을 덮쳤다. 정부의 정보 공개는 이전보다 투명해졌지만, 소통 과정에서의 세심함은 여전히 아쉽다.

투명해지고 체계화된 위험소통

  2015, 메르스는 가장 안전해야 할 병원을 중심으로 퍼졌다. 메르스 확진자 186명 중 삼성서울병원에서만 90명이 감염됐고 평택 성모병원에서 37, 대전 대청병원에서 14명이 감염됐다. 작년까지 질병관리본부 위기소통담당관을 맡았던 본교 박기수(의과대 의학과) 교수는 메르스 사태 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훼손시켰고 감염병 확산의 주원인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패를 교훈 삼아 정부당국은 위험소통 체계의 일대 개혁을 단행했다. 2015625일과 76, 국회는 두 차례에 걸쳐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는 감염병 재난 상황에서 정보 공개의 의무 확진자 정보 제공요구 가능 등의 내용이 담겼다. 행정부 내에서도 위험소통 체계를 재점검했다. 질병관리본부는 20161월 위기소통담당관실을 개설했고, 이듬해에는 공중보건 위험소통 표준운영절차(Standard Operating Procedure, SOP)를 발간하며 위험소통 매뉴얼을 확립했다.

  위험소통 개선을 위한 노력은 코로나19대처에도 큰 도움을 줬다. 신속하고 투명한 브리핑으로 질병관리본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크게 높아졌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이 4일 발표한 코로나19 기관 신뢰도 설문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00명 중 81.1%811명이 질병관리본부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전문가들도 입을 모아 메르스 때보다는 낫다고 평가했다. 이재갑(한림대 의과대학)교수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들이 예방차원에서 스스로 조심하도록 해왔다며 투명성과 신속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

서투른 메시지로 마스크 대란 불러

  정부의 위험소통 과정에선 세심함이 부족했다는 평이 많다. 특히 사태 초기에 정부가 마스크와 관련한 정보를 명확히 전달하지 못해 마스크 대란을 불러왔다. 1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하며 마스크 착용법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커졌을 때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129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한 건 “KF94, KF99 등급의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였다. 마스크가 필요한 상황은 언제인지, 누구에게 어떤 마스크가 필요한지 세세히 설명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식약처의 보도자료가 미디어를 통해 퍼지자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까지 KF90 이상 마스크를 찾아다녔다. 결국 마스크 부족 사태가 벌어진 이후인 212일반인은 KF80을 사용해도 효과가 있고 일반 방한용 면마스크도 도움이 된다고 말을 바꿨다. 뒤늦게 세부사항이 추가된 것이다.

  식약처의 보도자료와 달리 의료인들은 지역사회감염이 확산되기 전인 1월 말 당시 건강한 일반인이 마스크를 쓸 필요는 없었다고 설명한다. 최재욱(의과대 의학과) 교수는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기 전에 KF80 이상 마스크가 필요한 집단은 호흡기 질환자나 택시 기사, 판매원 같은 다수 접촉자라며 “KF90 이상 마스크는 의료인들, 유증상자나 이들을 돌보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까지만 해도 일반인은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었다. 결국 이런 세세한 단서 조항을 달지 않아 가장 필요한 시기에 마스크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된 지금은 일반인들도 KF80 이상의 마스크를 착용해야 예방효과가 있다는 것이 의학계의 주류 의견이다. 하지만 마스크가 부족한 시점에서 모두가 KF80 이상 마스크를 착용할 수는 없으니 꼭 필요한 고위험군, 의료인들을 위해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재갑 교수는 꼭 마스크를 써야하는 사람들을 위해 양보하고 마스크를 써야 하는 상황을 줄이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난문자, 누가 무엇을 보낼지 고민해야

  재난문자 체계의 재정비도 필요하다. 재난문자의 필요성은 대부분 공감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정보까지 지나치게 많이 온다. 행정안전부는 31일부터 19일까지 중앙정부와 전국 시··구청이 발송한 재난안전문자가 2876통이라고 밝혔다. 2월 한 달간은 2577통이었다. 대구에 거주하는 김수림(·26) 씨는 대구시의 구청·시청과 정부에서 다 재난문자가 오니 문자 발송량이 너무 많다누가 누구에게 보내는지, 무슨 내용을 보내는지 기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어떤 내용을 재난 문자로 보낼 것인지부터 검토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기수 교수는 정보의 가치가 훼손되는 문자가 많이 오는 것 같다정보의 중요성에 따라 발송하지 말아야 할 것, 발송하되 핸드폰을 울릴 정도는 아닌 것, 핸드폰을 크게 울릴 정도로 발송해야 할 것을 구분해서 보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난문자 발송의 주체가 누가 될지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현재는 식약처, 행정안전부 등 중앙부처부터 지방자치단체인 각 구··도까지 여러 곳에서 재난문자가 발송된다. 225일에는 은평 성모병원을 방문한 사람은 보건소에 들리라는 문자를 동대문구청, 성북구청, 서울시청이 각각 보내 하루 동안 같은 내용의 재난 문자가 5통이 오기도 했다. 이재갑 교수는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이긴 하지만 구 단위까지 발송을 하다보니 발송량이 너무 많다정말 급한 일이 아니라면 시 단위에서 거르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온 사회가 코로나19에 휩싸인 지도 어느새 두 달이 지났다. 사태가 장기화된 지금 위험소통은 정부만의 일이 아니다. 정부 당국의 위험소통 체계 개선과 서로를 배려하고 격려하는 시민들의 소통 태도가 함께 가야 할 때다.

 

| 김보성기자 greent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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