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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국제사회 연대해야 물리칠 수 있어
감염병, 국제사회 연대해야 물리칠 수 있어
  • 고대신문
  • 승인 2020.03.23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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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방역만으로 감염대응 어렵다
세계화 대응한 국제방역 필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COVID-19)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아직 그 감염병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도움 없이 여기서 헤어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일반적인 보건 문제가 선진국이 개도국에 베푸는 시혜적인 수직적 관계 속에서 해결된다면, 감염병 문제는 선진국과 개도국의 협력 없이는, 즉 수평적 관계 속에서 노력하지 않는다면 해결이 난망한 것이다.

 바이오 안보에서 새로이 부각되고 있는 의제인 감염병 문제는 21세기에 들어 국제사회의 주요한 갈등요인이 되고 있다. 21세기 최초의 국제적 감염병인 사스(SARS)는 국제사회에 감염병의 공포를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고, 이어 발생한 조류독감(AI)은 감염병 문제를 국제사회 내 최대 관심사의 하나로 부각시켰다. 또한 신종플루(Influenza A), 에볼라바이러스(Ebola Virus), 메르스(MERS),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바이러스(COVID-19)도 감염병 퇴치를 위해 국제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남겨주었다. 이러한 흐름이 감염병 시대의 서막이 될 것이라는 주장과 앞으로 더 심한 감염병이 등장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오늘날 국제사회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세계화로 인한 감염병 확산

 21세기 감염병 발생이 문제 되는 것은 세계화로 인한 급속한 국가 간 전파에 있다. 하지만 감염병 사망률은 그 국가의 생활수준을 가늠하는 소득수준과 연관성이 있다. 즉 고소득국가일수록 감염병 사망가능성이 낮고 저소득국가일수록 감염병 사망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19세기 이전까지, 월경질병의 확산방지에 관하여 국가들은 국제적 협력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국내적 방역정책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러한 제한적인 방역조치는 세계화의 시대에 한계점에 도달하게 되었고 감염병 문제가 국제사회의 갈등요인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협력이 요구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보건협력의 개념은 공중보건(public health), 국제보건(international health), 글로벌 보건(global health)의 순으로 진화해왔다. 국제사회 내 보건 문제에 대한 이해가 협의의 개념인 공중보건에서 광의의 개념인 글로벌 보건의 개념으로 확장되어온 것이다. 공중보건이 감염병 문제 해결에 있어 국가주의(statism)에 근거한 국내적 해법을 지향한다면, 국제보건 나아가 글로벌 보건으로 갈수록 범세계주의(globalism)에 기반한 글로벌한 해법을 추구한다.

 세계은행(World Bank) WHO 통계에 의하면, GDP 중 보건예산 비율은 미국이 단연 선두이고 G-20 국가 중 10%를 웃도는 국가는 미국, 브라질, 프랑스, 독일, 일본, 캐나다 순이다. 1인당 보건 예산액도 미국이 단연 선두이고 G-20 국가 중 미국, 호주, 독일, 캐나다, 프랑스, 일본 순으로 그 액수가 크다. WHO 기여액(분담금)은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순으로 중국의 영향력이 크다. COVID-19 발병과 관련한 WHO의 친중(親中)적인 태도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비판이 있다.

 2019년 글로벌보건안보지수(Global Health Security Index; GHS) 보고서에 의하면, 개별국가의 보건안보 수준이 전 세계적으로 아직 취약하고 어떠한 국가도 전염병에 완전히 대처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전염병 예방 부문에 있어서 잘 준비된 국가는 7% 이하이며, 전염병 조기 감지 및 보고 부문에서도 우수한 국가는 단지 19%에 불과하다. 또한, 전염병 확산 완화 및 즉각 대처 부문에서도 5% 이하의 국가만 우수한 역량을 보이고 있다. GHS에 의하면, 여전히 서구국가들이 여타 국가들보다 앞서 있고 한국이 세계 9, G-20 국가 중 5위의 보건안보 수준을 보인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G-2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전반적으로 보건안보 수준이 낮으며, 특히 국제규범 준수 부문에서는 세계 평균치에도 못 미치는 수준(195개국 중 141)을 드러내고 있다.

 

국가 간 수평적 협력 중요

 1851년에 국제사회는 국제방역조치에 대한 첫 번째 국제회의를 개최하였으며, 이를 계기로 국제공중보건에 대한 레짐이 형성되었다. 1948년 세계보건기구(WHO)의 창설로 국제 공중보건 레짐은 가시적인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1951WHO 총회는 국제공중보건에 관한 단일의 국제협약(International Health Regulation; IHR)을 체결했다. 이는 기존의 국제공중보건 레짐에서 개별적으로 다루던 사안을 총괄하는 것이었다. IHR은 관련 국가에 월경질병의 발발에 의하여 관련 국가에 대한 통지의무를 부여하며, 월경질병의 발발 시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적절한 수준의 공중보건 메커니즘을 확보할 의무를 부과했다. 이후 국제공중보건 레짐은 2005년 새로운 IHR을 채택함으로써 그야말로 글로벌 공중보건 레짐을 갖추게 되었다.

 국제적 감염병 발생 시 국제사회의 대처방식의 변화는 감염병에 대한 인식의 변화에 토대를 둔다. 세계화의 심화로 국내 방역만으로 감염병을 퇴치할 수 없다는 점과 현대 의학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변종 바이러스가 있다는 점이 현실적 한계로 부각되면서 국가 간 협력 없이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이러한 감염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인식에 기초하여 협력의 틀을 다져가고 있다.

 COVID-19 사례는 국제사회에 하나의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강대국이 발병국이고 그 인식과 해법이 보건주권을 강조하며 국가주의적 해법에 무게 중심을 둘 경우에 그 해결이 어려워진다. 약소국이 발병국일 경우 국제사회는 발병국을 봉쇄(blockade)하는 등 즉각적인 대응을 하기에 수월하여 조기 차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사례의 경우 강대국인 중국이 발병 후 WHO에 즉각 보고도 하지 않고 국내적 해결을 모색하다가 실기한 것이 감염병의 확산을 유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울러 중국과 이해관계가 있는 국가가 외교관계를 고려한 정치적 판단으로 발병국인 중국에 대한 감염병 봉쇄를 조기에 못 해서 문제 해결이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 따라서 향후 IHR 2005의 규범 준수를 강제할 G-20 및 동아시아 지역차원의 감염병 레짐을 이번 기회에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이상환(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상환(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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