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명화 중에 피테르 브뢰헬의 죽음의 승리가 있다. 보면 볼수록 아포칼립틱(종말론적)한 장면에 전율한다. 낫자루를 든 해골들은 한꺼번에 모두, 아니면 하나하나씩 사람들의 목을 베어 넘긴다. 언덕 뒤로 지옥불이 불타고 있고 초목들은 다 시들었다. 인류는 아무런 구원도 없이 무기력하게 죽어간다. 14세기 유럽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흑사병에서 영감을 얻어 그린 그림이다. 이 그림을 보면서 오늘 우리나라를 덮친 코로나19가 연상되는 것은 왜일까?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징

  “최근 2주 사이 중국 외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13배 늘어났고, 피해국도 3배 늘었다.” 311일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이 팬더믹을 선언하면서 한 말이다. 100만 명의 사망자를 가져온 1968년 홍콩독감, 13000명이 죽었던 2009년의 신종플루가 지금까지 팬더믹으로 선언되었었다. 역사상 세 번째의 팬더믹이 또다시 세계를 공포에 빠뜨리고 있다.

  독감의 위력은 엄청나다. 19183월 스페인독감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무려 5000만 명이 죽었다. 1957년 아시아독감으로 전 세계에서 400만 명이 사망했다. 1968년 홍콩독감은 100만 명의 희생자를 가져왔고, 1977년 러시아독감으로 40만 명이 죽었다. 1997년 홍콩에서 발생했던 조류독감(AI)은 새만 아니라 사람도 죽으면서 문제가 되었다. 2010년 겨울 발생한 신종플루(H1N1)18000명이 죽으면서 세계인을 공포에 빠트렸다.

  이 중 세 번의 팬더믹을 가져온 독감 바이러스가 코로나바이러스이다. 그렇다면 코로나바이러스는 무엇일까? 코로나바이러스는 유전체가 DNA가 아닌 외피 표면에 돌기가 나 있는 가장 큰 RNA바이러스이다. RNA바이러스는 DNA바이러스보다 변종이 발생할 확률이 1000배 이상 높다. 따라서 코로나바이러스가 계속 변종으로 발생해 영향을 주는 것이다.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 모두 독감을 가지고 오는 코로나바이러스이다. 2015년 우리나라 국민들을 멘붕에 빠트렸던 코로나바이러스가 메르스(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이다. 똑같은 코로나바이러스임에도 전혀 다른 기후조건에서 발생했다. 사스나 신종플루는 건조하고 추운 계절에 유행했다. 그러나 메르스는 뜨거운 중동지역에서, 코로나19는 올겨울 기온이 높고 비가 많이 내렸던 우한에서 발생했다. 싱가포르나 이란 등 기온이 높은 나라에서 창궐하는 이유다. 기후변화가 변종바이러스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렇다면 미래에는 더 강력한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기후변화의 영향

  우리나라에 지금 창궐하고 있는 코로나19는 박쥐에서 인간으로 옮겨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르스나 사스도 다 박쥐가 매개체 역할을 했다. 질병이란 생태계 안에서 숙주, 매개체, 병원체가 상호작용을 한다. 그런데 기온상승이나 강수량의 증가 등은 숙주의 분포와 개체 수, 질병 매개체의 생존기간, 바이러스의 발달에 영향을 준다. 매개체가 살아가는 서식지에 영향을 미치면서 전염병의 전파 시기 및 강도가 바뀌게 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와 함께 환경파괴도 큰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벌목이나 산불 등 생태계의 파괴가 코로나바이러스의 주범인 박쥐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기온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이 모기에 의한 바이러스이다. 기온이 높아지면 서식지 면적이 넓어지며 고산지역까지 바이러스를 가진 모기들이 토착화된다. 미국 플로리다 대학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인한 모기 서식지의 확산으로 지카 바이러스,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황열, 뎅기열, 말라리아 등 모기감염병 등에 의해 2050년까지 대략 5억 명이 사람들이 추가로 모기 바이러스 질병에 노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망자를 가져온 전염병이 흑사병이다. 그런데 흑사병은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발생하는 전염병이다. 순천향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흑사병은 설치류 개체 수와 강우 형태와의 상관성이 높다고 한다. 또 강수량이 증가해 습기가 많아지면 흑사병이 창궐할 가능성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학술지 PNAS(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실린 중국과 노르웨이 과학자들의 논문에 나온다.

  일상생활에서의 전염병도 기후변화와 연관이 있다. 환경부 보고서에 의하면 기온이 1상승할 때 전염병은 2-10%까지 증가한다고 한다. 살인진드기로 알려진 신증후군출혈열은 10%, 렙토스피라증 10%, 쯔쯔가무시병은 8%, 말라리아는 2% 증가한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세균성이질이나 노로바이러스, 콜레라 등도 기후변화에 증가하는 감염병으로 보고 있다.

 

미래의 기후변화와 전염병

  슈퍼허리케인, 대형지진과 화산폭발, 홍수와 심각한 가뭄, 폭염과 대형산불 등의 재난이 올해까지 이어지면서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아프리카와 중동, 남서아시아를 강타한 메뚜기재앙이나 코로나19도 작년 말부터 이어진 이 지역의 이례적인 호우와 고온현상이 원인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전 세계를 움직이는 경제인과 정치인들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2020 다보스포럼은 올해 전 세계를 위협하는 요인 순서를 발표했다. 1위가 기후변화, 2위가 기후변화대응실패, 3위가 자연재해, 4위가 생물 다양성의 상실, 절멸. 5위가 인위적인 환경 재해다. 사이버테러나 기후난민을 제치고 기후변화와 연관된 다섯 가지가 상위에 랭크되었다. 미래에 기후변화가 심각하게 진행될수록 정치, 경제적 리스크가 커질 것이다. 기후변화와 환경파괴로 인한 변종바이러스의 탄생 가능성도 높아진다. 전문가들이 앞으로 네 번째나 다섯 번째의 강력한 팬더믹이 올 것으로 보는 이유다.

반기성(케이웨더 기후산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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