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마이크로바이옴 산업, 국내시장 맞춤 전략 필요해
한국 마이크로바이옴 산업, 국내시장 맞춤 전략 필요해
  • 정용재 기자
  • 승인 2020.03.23 0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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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EP 김은정 생명기초사업센터장, 바이오웨이브 W 박순희 대표 인터뷰

  휴먼 마이크로바이옴(Human microbiome)과 질병 간의 상관관계가 점차 밝혀지면서 마이크로바이옴은 헬스케어 산업의 떠오르는 관심 분야가 됐다. 2019년 기준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811억 달러 규모다. 우리나라도 각광받는 첨단산업 분야에 산업 기반을 마련하는 중이다.

 

  보건당국은 지난해 12월 마이크로바이옴 R&D 정책연구 추진 계획을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도 마이크로바이옴 산업 기반의 필요성을 인식한 것이다. 과학기술사업을 기획하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김은정 생명기초사업센터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산업, 어떻게 보는가

프로바이오틱스 같은 기능성 제품,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 마이크로바이옴 활용 진단서비스 정도가 유의미한 산업군이다. 기능성 제품의 경우, 국내 시장 규모는 1800억 원 수준이다. 치료제나 진단서비스 같은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시장은 논하기 이른 단계다. 다만 주목해야 할 부분은 시장의 성장률이다. 마이크로바이옴 기능성 제품의 경우, 전년 대비 30% 정도 성장했다.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 마이크로바이옴 산업화에 국가 차원의 통합육성정책이 필요한가

마이크로바이옴을 헬스케어 솔루션의 하나로 보고 이 분야를 집중 육성하려는 의지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R&D와 육성정책 지원 계획이 가시적으로 나온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2020년을 지나면서 정부 부처별로 서서히 투자 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본다.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되면 분산투자보단 범부처 협력 기반의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 마이크로바이옴 정보 공유와 개발을 위한 표준프로토콜을 만들기 위해서다.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고, 전 세계가 뛰어들었다. 한정된 자원으로 경쟁하려면 역량을 집결할 수 있는 통합 육성정책을 세우는 것이 적절하다.”

 

- 정부는 100만명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비전을 제시했다. 개인정보 등 의료빅데이터 구축에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의 등장으로 마이크로바이옴도 빅데이터의 대상이 됐다. 데이터 3법이 통과되면서 가명 조치한 데이터들은 개인의 동의 없이 활용 가능해졌지만,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은 논의에서 제외됐다. 바이오의약에선 여전히 민간정보인 유전 임상 정보를 데이터로 활용할 수 없는 것이다. 의료데이터를 어떻게 가명 정보화할지 관련 기관들의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아쉬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의 다양한 산업군 중에서도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는 아직 유년기 수준이다. 연구에 도움을 주기 위해선 마이크로바이옴 대상 규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의 바이오의약품 국제표준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바이오웨이브 W 박순희 대표는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접근으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전 세계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 규제 가이드라인은 얼마나 갖춰졌나

현재 미국 FDA에는 살아있는 미생물을 기반으로 만든 치료제(Live Biotherapeutic products, LBP)’대변 미생물 이식술(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 FMT)’에 대한 새로운 규제 가이드라인이 도입돼 있다. 캐나다도 이후 FMT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현재 2개 국가에서 관련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019, 유럽연합에서는 유럽의약품 품질위원회(European Directorate for the Quality of Medicines)에서 발간하는 유럽약전(European Pharmacopoeia)LBP의 일반사항(General monograph)2건의 시험법(미생물 오염 분석법과 특정 미생물의 확인법)을 품질관리와 관련해 추가했다. 이때 미국 FDA가 사용한 용어인 ‘LBP’를 인용했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 규제용어가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용어 사용은 국제적 커뮤니케이션의 결과로 볼 수 있다. 한국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서 마이크로바이옴 대상 규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 국내에선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의 임상과 규제 인허가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아 치료제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산업계의 비판이 있다

임상과 규제 인허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것은 특정한 제품군이 약사법이 규정한 안전성·유효성·품질일관성을 확보하도록 정부당국이 필요한 지침이나 가이드자료를 제공한다는 뜻이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의 경우 현행 약사법과 바이오의약품 관련 법안 내에서 이미 제품 개발이 가능하다. 임상을 할 수 없다거나, 인허가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 그런데도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 규제 제도가 따로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현행 약사법 내에서 인허가는 가능하지만,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의약품을 개발하는 경우, 세부적인 지원이 가능한 고시나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개발자들에게 도움이 된다.

 가령, 1990년대 후반까지는 바이오의약품의 별도 규제 고시 없이 기존 의약품 법으로 바이오의약품의 인허가를 진행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규제용어는 함축성이 강해 개발자가 쉽게 이해하기가 어렵다. 거기에 새로운 제조기술이 나오면 규제자 또한 새롭게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 생긴다. 개발자와 규제자 사이에 의사소통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바이오의약품 별도 규제 고시를 따로 만들게 됐다. 새로운 제품군에 맞게 규제를 만드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첨단바이오의약품법이 만들어지지 않았는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 역시 마찬가지다. 현행 약사법 틀 안에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 제품군의 특성을 고려해 개별 고시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식약처에서 고시나 가이드라인을 준비할 때는 관련 법규들과의 충돌 여부도 검토해야 한다. 혹여 기존 틀 안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확인되면, 약사법의 개정을 통해서라도 체계적으로 개발자들을 지원하도록 해나가야 한다. 지금은 단기적으로 해결할 것과 장기적으로 봐야 하는 문제를 분류해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할 때다.”

 

정용재 기자 ildo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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