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게임으로 지원자 성향 분석

답변 내용은 참고자료로 활용

채용과정에서 선발 효율 높여줘

본지 기자가 AI면접 개발 업체를 직접 방문해 AI면접을 체험하고 있다.

  최근 호반건설, 한국수자원공사, 지니뮤직 등 여러 기업에서 AI역량검사를 도입했다. AI역량검사 프로그램을 개발한 마이다스아이티 계열 마이다스인 관계자는 300여 개의 기업이 자사 프로그램을 도입해 이용 중이라며 최근 코로나의 여파로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AI면접 준비를 돕는 면접·스피치 전문 학원도 있다. 강남에 위치한 모 스피치 전문학원은 AI면접 대비 일대일 수업을 제공한다. 해당 학원 관계자는 “AI는 지원자의 목소리 톤이나 크기, 눈동자 움직임 등을 모두 기록하고 분석하기 때문에 말할 때 신경 쓸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AI면접을 체험할 수 있는 유료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이트도있다. 중앙대에 재학 중인 박소정(·22) 씨는 AI모의면접 사이트 ‘WIN 시대로AI 실전 패키지를 구매했다. 박소정 씨는 주변에서 AI면접을 준비한다는 사람들이 많아 궁금한 마음에 유료 AI모의면접 프로그램을 구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씨의 모의면접 결과지에는 자주 사용하는 단어, 표정 및 감정, 인성검사 결과 등을 분석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AI면접 프로그램은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원자의 성향과 직무 적합도를 분석한다. 지난달 14, 기자가 마이다스인 판교 본사를 방문해 직접 AI역량검사를 체험해봤다. 가장 먼저 자기소개, 지원동기와 같은 간단한 질문과 특정 상황을 가정해 지원자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묻는 상황제시형 질문에 답변했다. 다음은 AI역량검사의 핵심인 역량게임이다. 공 무게 비교하기, 도형 위치 기억하기, 표정 보고 감정 맞추기 등 10가지 역량게임을 수행하는 데 1시간가량이 걸린다. 게임의 종류는 지원자의 직군(마케팅, 서비스, 경영지원 등)에 따라 달라진다. 역량게임은 지원자가 빠른 속도로 넘어가는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어떤 행동을 하는지 AI가 분석하게 돕는다. 마이다스인 관계자는 여러 역량게임을 진행해 자극에 대한 지원자의 반응 패턴, 성향을 파악한다자사가 개발한 프로그램의 공식 명칭도 AI역량검사라고 말했다.

·공간적 제약 극복한 AI면접

  AI가 지원자의 답변 내용을 평가하진 않는다. 기록과 분석만 한다. 기업에서는 AI역량검사를 기존 서류전형을 보강하기 위해 사용한다. 한미약품 인사팀 관계자는 “AI역량검사를 서류전형의 추가 과정으로 운영 중이라며 “AI가 제공하는 지원자의 적성과 성향 정보를 참고해 대면 면접을 진행할 뿐, AI역량검사에 따른 결과가 합격 여부를 결정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마이다스인 측은 지원자의 얼굴근육 움직임이나 음성을 분석하는 것은 맞지만, 이것도 지원자의 성향 파악을 위한 것이라며 답이 정해진 게 아니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고 전했다.

  AI면접을 도입한 기업들은 오프라인 인·적성검사에 비해 지원자를 검토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며 반겼다. 2019년 상반기 공채부터 AI역량검사를 도입한 빙그레 인사팀 관계자는 “AI역량검사 덕분에 적성검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어 시·공간적 제약이 없어졌다기존 대비 3~4배 인원에게도 인·적성 전형 참여기회를 부여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2018년 상반기 채용부터 AI역량검사를 시작한 한미약품 인사팀 관계자 역시 “AI면접 내에 기본적인 면접질문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실제 대면 면접을 진행할 때는 지원자의 직무에 맞는 심층 질문에 조금 더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면접에 응시한 적 있는 취업준비생 김민지(·24) 씨는 집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면접을 볼 수 있어서 좋다대면 면접을 할 때처럼 앞에서 지켜보는 면접관이 없어서 긴장을 덜 하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취준생 김현재(·27) 씨는 노트북 앞에 앉아서 말을 하다 보니 시선 처리가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오프라인 인·적성 검사나 대면 면접을 할 때보다 집중하기가 더 힘들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AI는 거들뿐, 판단은 사람의 몫

  편견과 주관이 배제된 객관적 판단은 AI면접의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현재의 AI가 데이터 자체의 편향성까지 판단하기는 힘들다. 김현철(정보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AI는 과거 인간의 경험이 축적된 데이터를 학습하므로 인간이 지닌 성별, 가치관, 문화적 편견이 반영될 수 있다그래서 시스템의 설계, 검증, 활용은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8년 아마존이 개발한 AI 채용 시스템이 지원자의 서류에 여성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시 감점하는 문제가 발견돼 도입을 취소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김지연(과학기술학연구소) 교수는 인간 면접관 역시 사회적 편향을 가진 것은 마찬가지라며 기계는 적어도 학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기계적 객관성은 유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터의 편향성만 극복하면 AI가 공정한 판단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지연 교수는 인간 면접관의 주요 역할은 정량평가로는 파악할 수 없는 맥락적 평가를 하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미래에 AI면접관이 인간 면접관의 능력을 뛰어넘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렇다 해도 인간의 간섭 없이 오로지 인공지능의 결정으로 지원자를 뽑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김현철 교수는 인간과 인공지능이 파트너가 돼 함께 일하고, 인간이 인공지능을 보조도구로 사용하는 모습이 가장 현실적인 미래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특정 분야를 연구할 때 인공지능을 활용한 뒤 참고할 순 있지만, 결국 최종 판단을 내리는 것은 인간이 될 것이고 그래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 김민주기자 itzme@

사진| 두경빈기자 hayab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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