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 전부일 것만 같던 뜨거움은 꿈결에 사라지고, ‘적당한것들만 삶에 남는지. 그게 너무도 야속하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종국에는 지독하게 적당해져 버린 가 간신히 내뱉는 이야기에 끌렸던 건, 그즈음의 공허감이 문득 떠올라 그랬던 듯하다.

  우리는 높은 확률로 삶의 곳곳에서 빈번히 이기적이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소위 제 코가 석 자인 세상을 살아내기 바쁘다. 하지만, 홀로 짓눌리며 견뎌내는 일은 너무도 버겁기에, 소중한 내 편들에게는 나 역시 나보다 당신네를 앞세우기로 다짐하곤 한다. 진실로 사랑하는 누군가에게는 더욱이.

  그렇기에, 연정이나 사랑이라 칭한 것들 역시도 어쩌면 철저히 계산된 이기적인 행위였을지 모른다는 생각 앞에서, 화자는 한참을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을 테다.

  모든 게 적당해져 버리고 나서 그런 생각이 확신으로 바뀌었을 때, ‘남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울먹임과 더운 숨과 함께 내뱉게 되었을 테다.

  우리를 스쳐 간 것들은 사실 그 자체로만 남을 수 없다. 사사로운 감정들이 더해지고 왜곡을 거친 끝에 제멋대로 기억된다. 힘껏 붙잡아두지 못한, 꽤 많은 것들은 다만 어렴풋한 느낌의 편린으로만 남는다.

  허나, 낯익은 일상들이 아스라이 먼 이상으로 등을 돌릴 때, 갖가지 군더더기들이 엉기며 - 유독 선명하고 무거운 죄스러움으로 각인된다.

  “가난한 식사앞의 옹색한 너와 나였더라도, 너끈히 감사의 기도를 올릴 줄 알았어야 했는데. 날이 까무룩 저물면 함께 살아있던 낮밤을 일기 속에 길게 붙들어두고, 가끔은 당신에게 못났던 나를 적잖이 미워하는 글 속에서 허둥댔어야 했는데.

  성에 차지 않는 당신의 부분들을 헐뜯어대고, 사랑해주지는 않고 사랑받기만을 갈구하면서, 이번에도 당신에 말미암아 고작 나를 아끼는데 그치고 말았을 테다. 우리라는 거짓말로 당신을 좀먹으며, 이번에도 못나고 너저분한 모습들만 기억 속에 잔뜩 남겨주고 만 것이다.

  아득히 먼 별이 되어버린 당신은 닿을 듯해서 더 못 잊을 빛을 낸다. 별들이 으레 그렇듯, 아득히 멀어졌기에 당신은 시리도록 아프게 빛난다.

  어쩌면 이번 생은, 당신들에 길들여졌기에 지독하게 아픈 삶을 근근이 버티며 - 내게 찾아와줬던 고마운 별들을 좇으려, 하염없이 발버둥 치며 살아야만 하는 모양이다.

  한 생애가 훌쩍 가도록 말이다.

 

| 배근우(사범대 교육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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