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미래 고등교육을 위한 Serendipity
코로나19와 미래 고등교육을 위한 Serendipity
  • 고대신문
  • 승인 2020.03.2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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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기고 - 온라인 강의가 대학 사회에 남긴 의미

코로나19가 '사회적 항체' 만들어

온라인, 전통적 강의 한계 극복

급격한 변화 슬기롭게 대처해야

명순구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온 세계에 깊고 넓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코로나19는 대학의 핵심 기능인 교육에도 결정적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 대학들은 일제히 온라인강의로 응수하였다. 충분한 준비 없이 불가피하게 채택한 정책이다 보니 우려도 많다. 학교당국은 교수와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시한다. 전혀 자기 잘못이 아닌데도 기꺼이 난관을 감당하려는 도의적 무한책임감의 일면일 것이다.

  그런데 전투 속에서 전우애가 싹튼다 했던가? 교육의 공급자·수요자 모두 애정 어린 시선으로 어려움을 헤쳐가고 있다.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조기에 정상을 회복할 수 있다면 한 학기 내내 온라인강의를 할 수도 있다는 용기 같은 것도 일어나는 분위기이다. 온라인강의에 대하여 막연한 거부감을 가졌던 교수들의 해 볼만 하네!”라든가, 이미 오래 전부터 동영상강의에 익숙한 학생들의 대학 강의를 온라인으로 하는 것도 별문제가 없네!” 등과 같은 인식 변화가 그것이다. 이런 일련의 현상을 코로나19에 대한 사회적 항체라고 이름을 짓고 싶다.

  교육 분야에서의 사회적 항체를 발견한 터에 온라인교육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 본다. 이번 온라인교육에 대한 관심은 코로나19 사태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이 상황을 고등교육 방식의 패러다임 전환의 계기로 삼자는 것이다. 사실 이번 사태가 아니라도 고등교육에서 온라인강의의 확대 경향은 충분히 예견된 것이고, 또한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할 일이었다. 다만, 워낙 중요한 주제이기에 매우 신중하게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방어적이기보다는 공격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떡 본 김에 제사까지 지내보자는 것이다.

  온라인강의는 전통적 강의방식의 한계를 가뿐히 극복한다. 비교육적 수법이 난무하는 수강신청 전쟁과의 결별, 시간·공간의 제약으로부터 해방된 강의에 따른 교육당사자의 자율성 증대 및 자원의 효율적 재분배, 수준별 강의를 통한 전반적 학력 향상, 강의계획과 정확히 일치하는 강의, 정교한 강의 준비에 따른 교육수준 향상 등 온라인강의는 대학사회의 수많은 난제에 해답을 제공한다.

  그러나 온라인강의 확대 정책에서 가장 유의할 점은 교수와 학생 간의 소통 기회는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교수·학생 간 소통은 온라인을 포함하지만, 면대면 소통이 더 중요하다. 온라인강의를 경험하면 쉽게 알 수 있는 것이, 온라인강의에서 학생들이 가장 목말라하는 것은 교수 또는 동료와의 면대면 교류이다. ‘Flipped Class’는 이러한 수요에 대한 대안의 하나이다. DNA(Data/Network/AI)의 시대에도 인간의 DNA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수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인간에게 가장 요구되는 덕목이 공감능력이라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온라인강의의 확대는 대학의 인적·물적 체계는 물론 교육 프로그램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빠르고 슬기롭게 준비했으면 한다. 코로나19를 미래 고등교육을 위한 세렌디피티’(serendipity)의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세렌디피티는 가치있는 것의 우연한 발견을 뜻하는 말이다. 플레밍의 페니실린, 노벨의 다이너마이트, 뢴트겐의 X, 제너의 종두법, 3M의 포스트잇... 같은 것이 그 예이다. 이들 위대한 발견은 우연을 단순한 우연으로 넘기지 않은 지성과 감성, 원래 추구했던 목표로 나아가던 중 드러난 부수적인 현상을 무시하지 않고 마음에 깊이 새긴 열정과 여유의 결과였다.

  두 사람과 함께 전나무가 어우러진 울창한 숲길로 약 1시간 산책을 하고 돌아와 산책길에서 무엇을 보았느냐 묻는다. A의 답은 숲에 뭐 별거 있나요, 다 그렇고 그렇지요였고, B의 답은 그 숲은 참 특별하네요, 전나무도, 흙도, 바위도, 풀도, 개미도, 냄새도...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가 없네요였다. A와 달리 B는 우연하게 다가온 기회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추었다. B는 세렌디피티의 행운을 누릴 자격이 있다. 그리고 그의 행운은 인류에게도 귀한 선물이 될 것이다.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우리 교육에도 사회적 항체가 형성될 것이다. 이 항체가 미래 고등교육을 위한 세렌디피티로 꽃피우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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