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형에 맞는 양형기준 나와야 디지털 성범죄 엄벌 가능해
법정형에 맞는 양형기준 나와야 디지털 성범죄 엄벌 가능해
  • 정용재·신혜빈·조민호기자
  • 승인 2020.03.30 0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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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범죄의 가해 특성 이해 부족

아청성착취물 대부분 벌금형에 그쳐

“상식에 맞는 양형기준 나와야"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에 대한 분노가 커지며 가해자를 엄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간 양형기준이 없어 디지털 성범죄에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졌다는 지적과 함께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빈도나 사회적 파급력이 높은 범죄들에 양형기준을 정한다. 적절한 형량 범위를 제시하는 양형기준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특별한 사유 없이는 이 기준에 벗어나는 선고를 내릴 수 없어 형량 결정의 실질적 지표가 된다.

  현재 양형기준 설정 과정을 거치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는 그 법정형과 비교해 낮게 형량이 선고돼 왔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차인순 수석전문위원은 법정형을 아무리 높게 개정해도 양형기준이 없거나 낮으면 결과적으로 처벌은 낮게 나온다일례로, 아동청소년성착취물(법적으로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 시 무기징역이나 5년 이상으로 처벌한다는 규정이 2012년에 의결됐지만, 그동안 양형기준이 없어 대부분 벌금이나 집행유예로 처리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여성변호사회가 2011년부터 2016년 사이의 디지털 성범죄의 유형인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로 기소된 판결문 1866건을 분석한 결과, 1심에서 징역형 선고를 받은 경우는 5%에 그쳤다. 최초롱 변호사는 특정 죄에 형을 선고할 땐 유사한 성질을 가진 다른 범죄와 비교한다디지털 성범죄가 강간과 강제추행과 달리 직접적으로 신체에 해를 가하는 범죄가 아니기에 경미하게 인식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디지털 성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는 현실 공간에 엄밀히 존재하며, 성폭력 범죄 처벌의 목적은 신체의 안전뿐 아니라 성적자기결정권의 보호다. 한국형사정책 연구원 김한균 연구위원은 성폭력 범죄는 폭력에 관한 죄라기보다는 자유에 대한 죄의 유형이라며 물리적 가해와 피해를 주임으로 한 종래 성범죄 판단 태도에 머물러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한 가해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그 인격적 피해의 심각성을 경시하는 형사법원의 소극적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정책 결정 과정과 마찬가지로, 양형기준 설정도 국민여론 수렴과정을 거친다. 현재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은 관련 기관과 학회 세미나를 통해 정제된 여론을 반영하는 것과 더불어 국민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 있다. 공동소송 플랫폼을 통해 개별 국민의 의견을 국민의견서로 제출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화난사람들대표 최초롱 변호사는 공동소송 플랫폼을 통해 개인이 작성한 가중사유와 감경사유를 담은 국민의견서를 종합 제출하고, 이를 검토한 전문가의 의견까지 함께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제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프로젝트에는 약 2만 명이 참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양형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한균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법원과 판사 위주로 폐쇄적인 운영을 한 측면이 있다이것이 지속 되면 형사 사법체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초롱 변호사는 디지털 성범죄는 인터넷에 나의 내밀한 부분까지 알려진다는 점에서 피해자들에게 지워지지 않는 큰 상처를 남긴다이제는 피해자들의 고통을 반영할 수 있는 양형기준이 마련돼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 정용재·신혜빈·조민호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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