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디지털 성범죄 생태계 뿌리 뽑아야
[사설] 디지털 성범죄 생태계 뿌리 뽑아야
  • 고대신문
  • 승인 2020.03.30 02: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를 자행한 조주빈 일당은 피해자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며 성을 착취하고 이를 가학적인 영상으로 제작해 유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소 1만 명이 n번방 성착취 영상을 구매했다. 가히 상상을 뛰어넘는 수치다.

 하지만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는 새로운 유형의 범죄가 아니다. 디지털성범죄는 소라넷, 웹하드, 다크웹 등 둥지만 달랐지 계속해서 반복돼 왔다. 이번에 디지털성범죄 생태계를 뿌리 뽑지 않으면 제2, 3n번방은 또다시 생겨날 것이다.

 여론의 주목을 받는 디지털성범죄가 터질 때마다 정부는 재발방지책을 내놨다. 그렇지만 실효성은 미비했다. 20122400건에서 20157623건으로 3배 늘어난 불법촬영범죄는 소라넷 사건 이후 집중 단속이 이뤄져 20165185건으로 줄었지만, 20176470건으로 다시 늘었다. 잠깐 반짝하는 정책이 디지털성범죄를 근절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

 디지털 성범죄는 협박-불법촬영-유포-수익 구조로 이뤄진다. 어느 한 고리라도 법으로 철저히 규율하지 않으면 디지털 성범죄 생태계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특히 불법촬영물을 의도적으로 본 시청자에게도 책임을 물어 불법촬영물 공급뿐 아니라 수요도 없애야 한다.

 그간 디지털 성범죄에 관대해왔던 법원의 태도도 반성이 필요하다. 2012~2015년 기간 동안 불법촬영범죄 1심 선고형의 68%는 벌금형이다.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한 경우도 평균 유기징역 형량은 3년을 조금 웃돈다(2017년 기준). 다크웹 사건 때 비슷한 범행을 저지른 한 미국인이 징역 22년을 선고 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인격말살 수준의 범죄 대상자가 된 피해자들은 지금 이 순간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힘든 시기를 이겨내 무너진 일상을 회복할 수 있다고 응원한다. 우리 사회는 이들을 위해 디지털성범죄 재발방지책을 시급히 마련하고 n번방 일당을 강력 처벌해 법의 엄정함을 보여줘야 한다. 디지털성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기회들을 우리는 놓쳐왔다. 고통 받는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 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