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 세계에서 확산되면서, WH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26일 현재 확진자가 46만 명이 넘어섰고, 사망자도 2만 명을 상회했다. 전 세계적인 감염병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수반하고, 이는 사람들의 경제활동과 일상생활을 큰 폭으로 위축시키면서 경제순환 고리의 단절로 이어지고 있다.

 여행업, 음식 숙박업, 도소매업, 교육 서비스업 등은 서리를 맞았다고 표현될 정도의 매출 격감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장 휴업 혹은 도산, 무급휴가의 증가, 해고, 일감의 중단 등으로 사람들은 생계를 유지할 소득이 대폭 줄어들거나 아예 없어지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그리고 이 상황은 다시 소비감소와 이로 인한 생산축소로 이어져 경제순환 생태계는 곳곳에서 단절되고 위축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를 비롯한 국제기구들과 저명 연구소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국가별 GDP 감소를 2~8%로 예측하고, 국제적인 실업이 적게는 530만 명, 많게는 2470만 명에게 발생할 것이라 추정한다.

 재난이 짧은 시간에,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의 삶에 충격과 고통을 안겨줄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상황에서 기존의 선별적 지원정책이 낭비적일 뿐만 아니라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에, 재난 기본소득이 사회적 의제로 뜨겁게 제기되었다. 재난으로 인해 누가 더 어려운지 사회적으로 합의하기 쉽지 않고, 그 합의에는 장시간이 소요되고, 적격성을 증명하는 과정도 상당한 비용을 수반하며 많은 시일이 걸린다. 시간을 놓쳐 경제순환 생태계가 그 순환의 고리들이 단절되고 작동하지 않게 되면, 그것을 복원하는데 훨씬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루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선별기준 합의와 선별과정은 지난하고 불가능에 가깝기에, 재난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보편적 방식만이 경제 생태계의 선순환을 늦지 않게 재가동시킬 수 있다. 동시에 기업 혹은 생산 공급의 주체들에게만 한정된 방식이 아니라, 소비 주체들에게 소득을 보장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이것이 지난 319일 전 세계에서 700명이 넘는 학자, 정치가, 사회운동가가 각국 정부에 비상사태 보편적 기본소득을 실시하라고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하고, 영국에서 당파를 막론하고 170명이 넘는 하원의원과 상원의원들이 보편적 기본소득을 정부에 요구하고, 그레고리 멘큐나 폴 크루그먼 같은 저명한 주류 경제학자들까지도 보편적 기본소득을 지지하고 나선 이유다.

 각국 정부들은 이에 대해 대규모 소득지원정책으로 화답하고 있다. 홍콩은 226일 모든 성인 영주권자에게 1인당 1만 홍콩달러(155만원)를 지급하는 방안을 발표했고, 미국 상원은 325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2조 달러(2452조 원) 규모의 경기부양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미국 연방정부 일년 예산의 50%에 해당하는 액수를 한꺼번에 투입하는 것인데, 그 중 가장 큰 규모의 예산은 연소득 75000달러 이하의 개인에게 1인당 최대 1200달러(147만원)를 직접 지원하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중앙정부는 보편적인 방식의 대규모 예산 증액에 대해 반대하거나 망설이고 있다. 오히려 시민들의 어려움을 더 가까운 거리에서 목도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재난 기본소득 도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주시를 필두로 시작된 재난 기본소득은 기초 지방자치단체에서 울산 울주군, 부산 기장군, 수영구, 동구, 남구, 진구, 경기도 여주시, 광명시가 보편적인 방식으로 지급 예정이고, 광역 지방자치단체로는 경기도가 보편적인 재난 기본소득을 시행하기로 하였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재난기본소득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재난기본소득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보편적인 재난 기본소득은 조세결정권이 없는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는 급여의 충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지방자치단체에서 포문을 연 보편적인 방식의 재난 기본소득에 대해 이제 중앙정부가 화답할 차례이다. “보편적 현금 지급의 경제적 효과가 검증된 바 없어서 시행하기 어렵다는 기획재정부의 반대 논리는 새로운 위기 상황에서, 그리고 국제기구들과 경제학자들이 전 세계적인 경기후퇴와 더 심각한 대공황(greater regression)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적절한 답이 아니다. 가보지 않은 길은 두렵고 망설여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고, 가야할 길이라면 서둘러 가는 것이 고통을 줄이는 방안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서정희군산대 교수· 사회복지학과
서정희
군산대 교수· 사회복지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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