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햇살이 좋아 베란다에 앉았다. 바깥세상은 적막하다.

 코로나19 사태가 대한민국을 잠식했다. 정부는 민생 대책을 연이어 발표했고, 야당의 반발이 심하다. 야당 대표가 대통령과의 대책회의에서 대통령의 무능을 질타하는 모습이 보도되었다. 여야의 갈등이 유난히 짙다. 어김없는 총선의 해다.

 내가 생각하는 정치는. 사는 방식에 대한 의견에 힘을 모으는 일이다. 의견을 지탱하는 가시화된 힘이 정당이다. 정당에서는 서로의 의견을 지키기 위해 의견 대변자를 내보낸다. 그 행위를 공천이라 한다. 그들 중 선거에서 승리한 이들이 국회를 구성한다. 국회에는 한정된 인원이 들어가 의견을 투표하므로, 같은 정당이 많을수록 유리하다.

 2020319일자 공천관련 상위 보도들은 미래통합당의 당 대표가 미래한국당의 공천 과정에 개입한다는 의혹을 다루었다.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이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국회 의석이 줄어들까 봐, 자매정당을 만들었다. 그런데, 각각 똑같이 정당의 권리를 가지기에, 의견 분열이 생겼다. 한쪽에게서 정의롭지 못한 방식으로 협조를 구하는 듯하다. 이른바 사천 논란이다.

 자매정당을 만든 것이 올바른 행위인지, 공천 과정에서 사천이 정당의 대의를 위해 용인될 수 있는지... 비판들이 이미 많다. 읽고 분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자꾸만 힘이 빠져 자세한 분석이 어렵다.

 양보하는 건 무너지는 게 아니다. 절충안도 분명 있다. 정치는 법으로 가려내기 어려운 사회적 상황들을 현명하게 해소해 나가는 일이다. 대리인들은 국민이 더 기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위해 서로 설득하며 맞춰가야 한다. 결국, 사람과 사람의 일이 아닌가.

 나는 정치를 꿈꿨다. 잘 살기보다 살 수 있기를 먼저 바라는 이들이 없는, 사람들 간 존중과 따뜻함이 오가는 세상. 그런 세상에 일조하고 싶었다. 이런 바람이 터무니없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정치인들이 의석수를 더 배정받기 위해서 자매당을 만드는 동안, 서민들은 마스크 배급을 위해 차례로 줄을 섰다. 잘하고 있다고, 이겨낼 거라고 사회관계망을 타고 이야기를 나눴다. 바랐던 정치와 세상은 정치 바깥에 있었다.

 지금의 현실에, 어떤 목적의 삶이 정치를 향할 수 있겠는가. 어떤 고귀한 목적도 그 꿈이 고귀하지 못한 세상 앞에서 힘을 잃는다. 게다가 사실 난, 지금의 정치가 주는 사회적 혜택 중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고 자신하기 어렵다.

 

전언호 (문과대 국문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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