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세평] 뇌 의과학자가 말하는 인공지능
[탁류세평] 뇌 의과학자가 말하는 인공지능
  • 고대신문
  • 승인 2020.03.30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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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적 유전자가 만든 뇌가 이타적인 생각을 합니다. 남을 향한 측은지심, 봉사, 배려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타적인 마음은 생존경쟁에서 불리합니다. 도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인간 사회에서는 이타적인 사람일수록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살신성인에 대한 유전자의 생각은 인간 사회의 평가와는 다릅니다. 희생자가 영웅으로 대접받는 것을 보면 희생자의 유전자는 속이 타들어갈 것입니다. 유전자의 최고 걸작품인 뇌가 유전자를 배신한 꼴입니다.

 산업혁명은 18세기 중엽 영국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퍼져 나갔습니다. 산업혁명의 기반은 에너지를 전환한 것입니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기계적 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이용했습니다. 바람을 이용해 돛단배를 움직이는 것처럼 말이지요. 산업혁명 이후에는 불과 증기를 이용해 자동차를 움직였습니다. 열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전환한 것으로, 이전과는 전혀 다른 획기적인 변혁인 셈입니다. 그러나 수억 년 전부터 동물의 골격근이 ATP라는 화학에너지를 수축이라는 기계적 에너지로 바꾸어 이용해온 것을 보면, 300년 전쯤 시작한 산업혁명의 에너지 전환은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 수준으로 보입니다.

 ‘증기가 주도했던 1차 산업혁명은 2조립3정보의 시대를 지나 현재 4차 산업혁명인 융합의 시대에 이르렀습니다. 일부의 학자들은 각각의 를 나눈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점을 들어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보입니다. 일리가 없진 않지만, 여느 날과 같은 1231일과 11일을 우리끼리의 약속으로 다른 해에 배정한 것처럼,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를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어떨지요?

 인간은 편해지기 위해 기계를 만들었습니다. 방직기부터 자동차, 비행기, 컴퓨터까지 모두 다 그렇습니다. 인간이 만든 기계 중 최고의 걸작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대부분 인공지능을 지목하실 것입니다. IBM에서 제작한 인공지능 왓슨Watson’은 미국 내 유명한 의대 교수들의 진료 결과를 평가해 많은 의사들을 경악하게 만들었습니다. 의대 교수들이 수행한 1년간의 모든 진료 자료를 분석해 순위를 매겼다는 것이 경이로웠고, 왓슨이 의사의 자리를 차지할까 두려웠을 것입니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대결했을 때도, 이세돌 9단의 참패로 끝나버려 두려움이 엄습했습니다. 이는 당장 10년 안에 절반 이상의 직장인이 인공지능 때문에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심하게 말하면 인공지능은 우리를 방구석의 쓸모없는 휴짓조각처럼 만들어버릴지도 모릅니다. 이기적 유전자가 자기의 걸작품인 인간의 뇌에 배신을 당했듯이, 우리도 우리의 걸작품인 인공지능에 당할지 모른다는 것이죠.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우리에게는 있는데, 인공지능에게는 없는 부분을 찾아서 발전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정면에서 눈의 흰자위가 보이는 동물은 인간뿐입니다. 흰자위가 보인다는 것은 자기의 시선을 상대방에게 알려주어 정서적 소통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눈이 없는 인공지능이 인간과의 소통에 한계를 보일 것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은 추론입니다.

 눈의 흰자위와 같이 메타인지metacognition도 인간에게만 있습니다. 메타인지란 오답노트를 작성하듯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여 능력을 개선해가는 고차원적인 기술로, 인공지능에는 없는 기능입니다. 여러분도 실수와 오류를 범했다고 낙심하지 마시고 메타인지를 통해 능력을 발전시켜나가기 바랍니다.

 통찰력을 통한 창의성 또한 인간에게만 있습니다. 알파고가 기존의 바둑대국 정보를 바탕으로 이세돌 9단과의 수 싸움에서 이길 수는 있어도, 바둑이라는 게임을 생각해낼 수 있는 능력은 없습니다. 이견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인공지능에는 기발한 형태의 창의력이 없다는 말입니다. 인공지능이 가진 정보의 대부분은 인간이 통찰력을 바탕으로 아하!”를 외치면서 새롭게 알아낸 것들입니다. 이 정보를 인공지능에게 주지 않는다면 인공지능은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할 것입니다.

 사자가 사냥할 때 얼룩말의 뒷발에 얼굴을 차이면 이가 다 빠지곤 합니다. 이가 빠지면 곧 사냥을 못할 뿐만 아니라 동료가 먹이를 잡아다 주어도 먹을 수 없으니 사망하겠죠. 그러나 인간은 달랐습니다. 이가 빠진 노인의 자손이 궁리 끝에 그릇을 만들어 그 속에 잡아온 고기와 물을 넣고 끓일 생각을 해냈습니다. 머릿속에는 설렁탕이 그려져 있었던 것입니다. 이가 빠진 노인의 수명은 설렁탕에 의해 연장되었겠지요. 인간이 아하!”를 외치면서 그릇을 만든 것은 약 2만 년 전 일입니다. 인공지능은 분명 그릇을 생각해낼 능력이 없어 보입니다. 여러분의 전공이 무엇이든 항상 연구하는 자세로 새로운 것을 창출하여 인공지능을 지배하기 바랍니다.

나흥식 명예교수·의학
나흥식 명예교수·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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