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성매매 피해자, 자발성 따질 수 없다
아동·청소년 성매매 피해자, 자발성 따질 수 없다
  • 이동인 기자
  • 승인 2020.04.04 23: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청법 '대상아동·청소년' 조항

‘자발성’ 인정되면 피해자 아냐

처벌받을까 신고하기 두려워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대상아동·청소년 조항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아청법은 아동·청소년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고 이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적 아래 2000년 제정됐다. 현행 아청법상 성매매에 유입된 아동·청소년은 자발성유무를 기준으로 피해아동·청소년대상아동·청소년으로 분류된다. 자발성이 없었다고 판단된 피해아동·청소년에게는 여러 법적 보호와 지원이 따르지만, 성매매에 가담했다고 판단된 대상아동·청소년은 피해자가 아닌 보호처분 대상이 된다.

  하지만, 보호처분 규정이 성매수자들이 아동·청소년을 협박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대상아동·청소년이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신고하면 너도 처벌받으니 가만히 있으라는 협박이 이뤄지는 것이다. 김차연 변호사는 보호처분은 교육을 목적으로 한다고는 하지만, 심하게는 소년원에 가는 것까지 포함하는 형벌적 성격도 있다아이들에겐 사실상 처벌이라 말했다. 김차연 변호사는 아이들이 직접 매수자를 신고하고 처벌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더 많은 성착취 피해가 구제될 것이라 강조했다.

 

성매매 유입 구조 고려해야

  인권단체들은 자발성을 기준으로 한 대상아동·청소년 규정이 아동·청소년의 성매매 유입 구조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피상적 분류라고 강조한다. 아동·청소년 성매매는 성인들의 끊임없는 유인 속에서 이뤄지고 대상이 된 아이들은 주로 폭력이나 방치를 비롯한 취약한 가정환경에 놓여 있어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성범죄에 가담했다는 말은 성립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6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성매매에 이용된 103명의 아동·청소년 중 84.5%가 가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처음 성매매를 하게 된 이유로는 잘 곳이 없어서라는 응답이 35%로 가장 많았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정혜원 연구위원은 청소년은 아르바이트 하나 구하기도 어렵다가정폭력에 시달려 집을 나온 아이가 잘 곳이 없어 성매매에 손을 뻗게 된 것을 자발적이라 할 수 있느냐고 꼬집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윤덕경 연구위원 역시 대상아동·청소년 규정은 생사의 순간에서 착취당한 아이를 범죄자로 보는 처분이라고 전했다.

  특히, 여러 채팅앱이 성매매 수단으로 쓰이며 아동·청소년을 성매매에 유인하는 위험이 늘어났다. 정혜원 연구위원은 성매수자들은 채팅앱에 상시 존재하면서 아이들을 유인한다아르바이트를 제안하거나, ‘사진 몇 장을 보내면 얼마를 주겠다는 수법으로 접근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자가 한 채팅앱에 16세 여성으로 프로필을 설정해 가입해본 결과, 30분간 온 메시지는 34개에 달했다. 가입일은 327일로, ‘n번방 박사가 검거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30살 직장인인데 동생 구해요’, ‘재밌는 거 보여줄 테니 라인 하자같은 유인성 메시지가 주를 이뤘고, ‘ㅈ건(조건만남) 할래?’, ‘용돈만남 구해요?’ 등 직설적인 성매매 권유 메시지도 있었다.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는 채팅앱을 통한 성매매의 경우 포주에 의한 강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유입된 아동·청소년 대부분을 대상아동·청소년으로 분류한다채팅앱 규제는 하지 않으면서 아이들만 조심하면 된다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작년 9, 청소년성보호법의 대상아동·청소년을 법률상 피해자로 명시해 보호할 것을 권고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성매매 아동(Child prostitute or child sex worker)’이라는 용어를 성매매된 아동(children who are prostituted)’ 또는 성매매로 착취된 아동(children exploited in prostitution)’으로 대체해 표현할 것을 권고하며, 아동 성매매는 아동의 성을 이용한 착취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조진경 대표는 최근 여성가족부는 온라인 그루밍과 유포 협박에만 성착취 개념을 적용하는 것 같다성매매를 포함한 모든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를 성착취로 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개정안 2년째 계류

  국가인권위원회는 2017, 아청법 대상 아동·청소년을 피해아동·청소년으로 개정해 이들이 성매매 피해자임을 분명히 하고, 보호처분 규정을 삭제하고 아동·청소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근거규정 신설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국회의장에 표명했다. 2018년에는 대상아동·청소년 조항과

  보호처분 조항을 삭제한 아청법 개정안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해당 개정안은 법무부 반대의견에 부딪혀 2년째 계류 중이다. 법무부는 개정안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대상아동·청소년의 성매매 재유입 방지를 위해 보호처분 폐지 방안이 상당한지, 대안은 없는지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는 법무부의 태도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상업적 성착취를 막는다는 아청법의 보호법익과 거리가 멀다“5월에 열릴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 | 이동인 기자 whatever@

인포그래픽│송유경·윤지수 기자 press@

일러스트│장정윤 전문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